'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법원, 노조 손 들어줬다
9년 만에 일단락…"정기상여, 통상임금 인정"
(사진=기아차)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수년간 이어진 기아자동차 노사간 통상임금 소송이 노조의 승소로 끝났다. 이로써 지난 2011년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상 법정 수당을 정해야 한다며 소송이 제기된 지 9년 만에 해당 논란은 일단락됐다. 


20일 법조계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기아차 노조 소속 약 3000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받은 정기상여금 등이 정기적이고 일률적이며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더불어 생산직에 종사하는 이들의 근무시간 가운데 휴게시간(10~15분)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하며, 토요일 근무도 휴일근로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사측은 추가수당을 요구하는 것은 회사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의칙은 민법 2조 1항과 2항에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의칙의 가장 중요한 적용 조건은 통상임금 지급으로 기업이 중대한 재무·경영 위기를 맞는지 여부다. 기아차는 노조 주장대로 통상임금 적용 범위를 넓히면 부담해야 할 금액이 확대돼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호소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아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선 1심과 2심에서도 법원은 줄곧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에서 법원은 노조가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 사측이 총 4224억원(원금 3127억원+지연이자 1097억원)을 노조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추가 임금지급으로 기아차가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 2심도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한 채 끝났다. 2심 판결 뒤 지난 2019년 상반기 노사는 상여금을 월평균 3만1000원 올리고, 평균 1900만원의 추가급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다수의 노조원이 소를 취하했다. 


기아차의 부담은 커졌다. 수년간 이어진 소송과정에서 노사간 상여금 관련 합의 등을 거치며 소송참여자가 약 2만70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었지만 이번 법원의 판결로 추가로 지급할 비용은 약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산업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예측하지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추 실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통상임금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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