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살찌우면 유니콘이 되나요?
정부가 아니라 자율경쟁시장이 유니콘 탄생시킨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1일 08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Fixabay


[팍스넷뉴스 심두보 기자] 아기유니콘, 예비유니콘, K-유니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부터 '유니콘'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육성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아기유니콘을 발굴하고 예비유니콘을 지원해 K-유니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니콘은 뭘까? 투자업계에서 쓰이는 이 용어는 10억달러 이상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이 용어가 유명해진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카우보이벤처캐피털(CowboyVC)의 설립자인 아일린 리(Aileen Lee) 벤처캐피털리스트는 2013년 이 용어를 쓰면서 "2000년대 설립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중 0.07%만이 10억달러 이상 기업가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스타트업이 출현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그는 이들을 유니콘이라고 일컬었다.



정부가 유니콘을 키워드로 잡고,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불안한 면도 있다.


첫째, 숫자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K-유니콘의 수가 11개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있다. 그 근거는 CB인사이트다. 그런데 리스트 중 옐로모바일의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때 투자유치 기준 조 단위의 스타트업으로 인정 받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 상장사의 기업가치가 매일 변하듯, 비상장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크게 출렁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한발 더 나아가 예비유니콘이란 어색한 명칭을 만들고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분류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예비유니콘의 수를 2022년까지 5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숫자로 실적을 증명하려는 태도는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게 또 하나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이게 과연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자본 장려와 국민심사단은 투자 생태계의 생리와 잘 맞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우리나라를 4대 벤처 강국으로 만든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국가가 미국과 영국, 그리고 중국이다. 이들 국가에서 탄생한 유니콘은 모두 글로벌 자본의 투자를 받았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전 세계의 자본이 모여들어 유니콘이 될만한 스타트업 팀을 찾는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이 우리나라의 자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은 꽤나 진부하다.


국민참여단이 대중의 참여를 장려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왜 국민의 참여가 있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초고속성장의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의 것과 다르다. 오히려 미친 아이디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룬샷(Loonshot)'일 가능성이 더 높다. 아니면 대중이 이해하기 난해한 기술을 사업의 핵심으로 삼고 있을 수도 있다. 정부부처나 대중이 유니콘의 싹수를 가려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들은 글로벌 벤처캐피털이 모셔야 할 '유니콘 인재'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유니콘을 키울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유니콘이 많으면 좋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우리나라에 좀 더 많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가 기업 몸집 키우기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것이 사업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금리, 보증, 매칭펀드와 같이 스타트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는 방식의 프로그램은 유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때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말을 살찌운다고 유니콘이 되진 않는다.


유니콘은 '결괏값'이다. 그리고 이 결괏값을 좌우하는 변수에는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 우수한 인력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벤처캐피털, 적절한 사업 타이밍, 잠재적 경쟁자의 출현 가능성, 규제의 유연성, 타깃 시장의 규모 등 수도 없이 많은 내·외부 변수가 스타트업의 가치를 끊임없이 높였다가 다시 낮춘다. 스타트업 신(scene)에 정부부처가 큰 관심을 두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그들의 행보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이 기대하던 최선인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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