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3자 연합, 한진칼 임시주총 소집 요구 안할 듯
실익 없다고 판단한 듯…지분 추가 확보 뒤 내년 정기주총서 승부 전망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이 한진칼 임시주주총회 소집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지배력 획득' 선언 속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증권(워런트) 공개매수에 성공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진영에 대한 압박을 높였던 터라 임시주총 소집을 신청할 가능성이 커졌었다.


3자 주주연합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일 "3자 주주연합 측이 한진칼 임시주총 소집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며 "임시주총을 열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지분을 추가 확보한 뒤 내년 정기주총에서 담판을 지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3자 주주연합 측 고위관계자는 팍스넷뉴스와 통화에서 "임시주총 소집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3자 주주연합 내부적으로 임시주총 소집과 관련해 입장 변화가 있으나 당사자간 의견일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계 안팎에서는 3자 주주연합의 올해 임시주총 소집 신청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초 한진칼 정기주총 참패 뒤 '절치부심'하던 3자 주주연합이 최근 조원태 회장 진영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다.

 

최근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이 발행한 워런트 120만주 공개매수에 나서며 '한진칼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당시 KCGI는 "신주인수권증권을 추가 취득해 지분 희석을 방지하고, 한진칼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해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정립하려한다"고 밝혔다. 3자 주주연합은 지난 3월 말 개최된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조원태 회장 진영에 참패하며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었다. 꾸준히 한진칼 지분율 확대에 나서는 한편,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상황이다.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 지분율을 50% 이상 확보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현재 3자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KCGI 19.54% ▲반도건설 19.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등 45.23%(2676만3584주)이다. 조원태 회장 진영은 ▲조원태 6.52% ▲조현민 6.47% ▲이명희 5.31% ▲재단과 친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4.90%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3.79% 등 약 41.14%(2434만3935주)를 쥐고 있다. 현재 지분율은 3자 주주연합이 조원태 회장 진영 대비 약 4.09% 많다. 최근 한진칼이 발행한 워런트 120만주 공개매수에 성공한 3자 주주연합이 신주인수권 행사에 나서면 격차는 약 6.63%로 확대된다. 워런트 매수에 나서지 않은 조원태 회장 진영의 한진칼 지분율은 약 38.76%로 희석될 우려가 있다.

  

3자 주주연합은 현 상황에서 무리하게 임시주총을 추진하기보다 한진칼 지분을 확대해 내년 정기주총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짐작해 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무리하게 임시주총을 강행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과 조원태 회장 진영의 상황이 연초 대비 악화됐다는 점이다.

 

우선 한진칼 이사회가 3자 주주연합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다. 3자 주주연합은 결국 법원의 판단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데 합당한 명분을 내세우기 쉽지 않다. 한진그룹을 둘러싼 환경이 연초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한진그룹의 주력인 대한항공에 약 1조2000억원의 긴급유동성을 지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진영은 "3자 주주연합과의 소모적인 지분 경쟁을 중단하고, 당면한 위기극복에 전념하겠다"는 입장발표와 함께 유휴자산 매각을 통한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자 주주연합이 임시주총을 소집하는 것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임시주총이 내년 정기주총과 시기적으로 큰 격차가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3자 주주연합 핵심 관계자는 "정기주총과의 간극이 크지 않아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며 "연말에 임시주총을 열 경우 득과 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군 확보가 절실한 조원태 회장 진영의 녹록치 않은 상황도 자리한다. 한진칼 지분 14.90%를 쥔 미국 델타항공은 그동안 3자 주주연합과의 경영권분쟁에서 조원태 회장 진영에 힘을 실어줬지만, 지난 2분기 7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추가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일각에서는 델타항공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은 이러한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의 핵심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한다면 이를 쉽게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최근 한진칼 주식 150만주를 담보로 약 4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3자 주주연합과의 지분율 격차를 줄이는데 쏟아야하지만 조 회장은 상속세 납부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해 말 조 회장 일가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법정비율로 상속받고, 약 2700억원 규모의 상속세도 신고했다. 당시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약 460억원을 우선 납부하고 5년간 나눠서 내기로 했다.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 6.52% 가운데 5.99%가 담보로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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