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ESG채권, 평가·관리 '걸음마 수준'
평가기준 제각각, 관련 공시도 미흡…'조달목적' 명료한 기준 필요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4일 08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배지원 기자] 투자자산을 선택하고 운용할 때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하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올해부터 국민연금이 ESG 요소를 반영하는 책임투자를 기금운용 원칙에 추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3대 연기금과 운용사들이 본격적인 ESG 채권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ESG 채권을 발행하는데 대표적으로 녹색채권(Green Bond), 사회적채권(Social Bond)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공공기관과 금융사를 필두로 ESG 채권 발행이 크게 늘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발행량은 80억달러(약 9조5000억)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반해 제도적인 여건 등 투자환경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ESG 채권의 조달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문제다. ESG 채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아직 발행 후 자금관리를 어떻게 할지 방침이 없다.


일례로 최근 ESG 채권 발행을 앞두고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 금융사에 운용사가 물었다고 한다. "환경부문에 투자하기 위해 녹색채권(Green Bond)을 발행한다면, 이를 차환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도 녹색채권인가요?"



발행사의 답은 '모르겠다'였다. 당장 환경과 관련된 지출을 위해 조달하는 자금은 녹색채권으로 발행되지만, 단순히 이 채권의 원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되는 자금도 ESG 채권으로 볼 수 있을지 아직 국내에서는 판단 기준이 미흡한 상황이다. 사전 투자조건을 지키지 않는 채 이득만 챙기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도 나올 수 있다.


ESG 요소에 대한 평가기관도 못미덥다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ESG 요소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대신경제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3곳이다. 이들 기관마다 등급 차이가 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ESG 자체가 정성적인 평가요소가 많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자칫하면 과거 신용평가사가 그랬듯 '등급 장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를 사용하는 투자자들의 원성도 높다. 해외 ESG 평가기관의 경우 ESG 요소 평가 기준과 기업 현황에 대한 면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수 천 만원에 제공되는 ESG 평가보고서가 단순 등급 나열에 그치고 있다. 비재무적 요소를 다루는 평가 기준에 대한 시장의 이해가 부족한데 보고서마저도 그저 부여된 등급을 믿으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이 ESG투자 원칙을 제시했을 때도 재계는 아직 ESG 평가체계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특정 평가기관을 교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과 기후변화는 투자시장에도 변곡점이 되고 있다. 환경과 인권 등 사회적 관심을 반영해 투자형태도 발전하는 중이다. 연기금이 돈줄을 대고 있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발행규모만 키워서는 안된다. 비재무적 리스크까지 관리해 장기 수익을 제고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ESG 채권의 평가기준과 관리 방침을 명확히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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