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는 통 크게, 책임은 무겁게
금융지주사 회장 임기 '잘하면 연임한다' 인식 확산돼야

[팍스넷뉴스 김현희 기자] "1년 동안 내부 파악하고, 2년 되서 이제 뭘 좀 해볼까 하면, 3년째는 다음을 고민한다. 사고 터지면 안 되니까, 3년 되는 해는 아무 것도 못한다. 이러니 경영전략 영속성도 떨어지고 단기 실적에 급급해진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 금융지주사 설립 이후 20년 동안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몇 번이나 바뀌고 또 바뀌었다. 꽃다발과 환호를 받으며 떠난 금융지주사 회장이 손에 꼽을 정도로 대부분의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좋지 않은 뒷모습을 남기며 떠났다. 무리하게 연임을 노리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으며 퇴진한 경우도 있고, 임기 도중에 은행장과의 마찰로 퇴진하기도 했다.


금융지주사 회장이라는 자리가 사람 본성까지 바꾸는 것일까. 시스템의 문제일까, 아니면 그 사람 자체가 문제였을까. 여전히 그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금융권은 올해도 일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일부는 그들의 장기집권이 문제라고 하고, 또 일부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가만 놔두지 않으니 문제라고들 한다.


무엇이 해답이고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임기 3년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경영전략을 펼치기에는 너무 짧다는 게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경영전략은 단기가 될 수 없다. 중장기로 진행되고 5년이나 돼서야 효과를 보기도 한다. M&A도 그렇다. 시너지 효과는 3년 정도 지나야 나온다.


그렇다보니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중장기 경영전략 추진을 위해 지배구조 체제를 유리하게 만드는 '무리수'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내 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배구조 체제 문제는 곧 최고경영자(CEO)의 리스크로 이어진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불필요한 정치권 인맥까지 신경써야 되는 상황까지 다다른다. 이같은 리스크 관리에 급급하다보니 회장 스스로 피폐해지고 내부 인사 문제도 엉망이 된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딜레마가 20년 동안 풀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라리 금융지주사 회장 임기를 5년으로 늘려보자. 대신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부담시키자. 장기이연 성과급을 환수하는 조항도 지배구조 규정에 구체적으로, 정교하게 만들어 환수조치하자. 금융당국의 문책경고 등 중징계 외에도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조항도 만들면 어떨까. 금융지주사 이사회도 이처럼 경영진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제재가 무서워서 아무 것도 안하는 5년이 될 것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사외이사들이 그걸 감시하지 않으면 국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는 이미 썩었다는 방증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되는 디지털 시대다.


잘하면 잘하는 만큼 연임시켜주자. 2연임이든, 3연임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회사가 성장하는데. 금융당국도 이를 인정하되, 엄격한 검사와 잣대로 금융지주사 회장의 전횡을 사전에 막으면 된다. 포스트코로나19 시대, 중장기 변혁을 위해 회장 임기 등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봐야할 때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