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ICO·디파이 이해 못해"
강병진 해시드 법무팀장 "규제당국, 업계 이해도 높이고 기술 기반 규제 확립해야"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6일 15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원재연 기자] 내년 3월부터 가상자산 사업자(VASP)를 구분하고 이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ICO(가상자산공개)와 관련된 규정은 없으며, 가상자산 사업자의 범위가 미흡해 디파이(Defi, 분산금융)와 커스터디 업체들의 규제 여부도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전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코리아 디파이 로드쇼 2020'에서 강병진 해시드 법무팀장은 "국내 특금법은 기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이해도가 많이 부족하다"며 "블록체인 산업이 진흥하기 위해서는 산업 진흥법이 새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금법 개정안은 국제자금세탁방지(FATF)의 권고안에 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기준을 성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3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내년 3월25일 정식으로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가상자산 범위 등 하위법규는 시행령에 위임했으며,  이를 연내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개정안에 따르면 특금법에서는 VASP를 금융회사에 포함하고, 이들에 대해 은행, 증권사 등 기존 금융기관과 같은 AML(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한다. 강 팀장은 그러나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이 이끌고 있는 블록체인 업계 특성상 이는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특금법의 목적은 가상자산 산업의 진흥이 아닌 투명한 거래 질서 확립"이라며 "다만 전통금융기관들이 가지는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같은 기준을 스타트업에 적용하는게 비례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FATF의 기준에 맞춰 만들어졌지만, 특금법이 아직까지 세세한 규정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법정화폐와의 교환점 명시 ▲ICO에 대한 규정 ▲'영업으로 하는 자'에 대한 범위 ▲' 가상자산에 대한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의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ICO의 경우 프랑스는 지난 2018년 ICO와 관련된 법안(PACTE)을 통과하고 공모형 ICO 승인 제도를 운영중이다. 강 팀장은 "프랑스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프랑스 정부가 각 분야 관계자들의 제안과 600개가 넘는 기관과 기업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쇄적이었던 한국 규제당국의 모습과는 다른점이 많다"며 "ICO는 지나갔지만 다가오는 STO(증권형토큰) 시장을 생각한다면 시간은 프랑스 편이 될 것"이라 말했다. 


VASP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큰 문제로 제기된다. 가상자산 보관 솔루션을 제공하는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업체와 가상자산 지갑 업체, 디파이 서비스 등이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해답이 내려지지 않았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개정된 '자금세탁 및 공중협박자금조달 규정 개정안'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서는 커스터디 지갑 서비스 제공자의 법적 정의를 "고객의 개인키를 대신 보관하는자"라 명시한다. 


강 팀장은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의 소유권이란 지갑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프라이빗키에 대한 접근권한을 가지고, 특정 자산의 블록체인상 기록을 변경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한"이라며 "(특금법상) 블록체인에서 가상자산을 소유·보관·이전한다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 설명했다. 이어 "언어의 표현이 정확해야 하는 규제당국에서 이 차이점에 대해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디파이 서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디파이의 일종인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중앙화된 거래소와 달리 고객의 지갑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다. 그러나 아직 이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같은 AML과 CFT(테러자금조달방지)의무를 지게 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는 "프라이빗키 월렛에 대한 접근 권한이 기준으로 적용되게 된다면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이 의무를 지게 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디파이를 겨냥한 조치들은 더 많아질 것이고 탈중앙 거버넌스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보일 것"이라 설명했다. 


강 팀장은 "(당국이) 업계에 대해 이해를 하고 그를 뒷받침할 기술 기반의 규제를 확립해야 한다"며 "탈중앙의 법적 의미를 확실히 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업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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