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재석 기자] 삼성중공업이 올해 다섯 번째 사모채를 발행한다. 지난 2015년을 마지막으로 공모채 시장을 떠난 삼성중공업은 사모채와 장기 CP(기업어음) 등 전방위 방법을 동원하며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최근 조선업 업황 악화로 상반기 순손실이 93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연말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일정도 잡혀있어 당분간 사모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삼성중공업이 30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에 사모채 시장에서 1300억원을 조달한데 이어 8월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550억원을 모았다. 연내 발행된 사모채 금액만 1800억원을 넘어선 셈이다. 이번 사모채 발행 주간은 신영증권과 DB금융투자가 나눠 맡았다. 금리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3.55~3.77%대로 결정됐다.

조달 자금은 전액 만기 도래 예정인 사모채 차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27일과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사모채를 각각 150억원, 300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도 600억원 규모 상환 일정이 잡혀있어 삼성중공업은 4분기에도 사모채 시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사모채 뿐만 아니라 장기 CP도 600억원 가량 발행하며 전방위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매달 장기 CP를 발행했다. 지난해 8월에도 2년 만기의 장기 CP 1000억원을 발행한 이력이 있다. 발행 금리는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이 공모채 시장 복귀에 망설이는 이유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조선업황 분위기 속 영업실적 개선 가능성도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국내 조선 3사의 대규모 손실 이후 조선업황은 꾸준히 위축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유가가 급락하자 해양물량 수주에도 차질이 생겼다.

삼성중공업은 한국기업평가 기준 2014년 당시 'AA' 등급을 유지했지만 잇따른 실적저하로 3년 만에 'BBB+' 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부여받았다. 삼성중공업은 저신용등급에 속하는 'BBB+'를 받은 이후로 'A' 등급을 회복할 때까지 공모채 시장 복귀를 미루며 사모채와 장기CP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말 연결 제무재표 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7556억원을 기록했다. 누계 매출액은 3조5181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9%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6660억원 가량 늘어났다.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 규모도 9313억원으로 전년 동기(4120억원)와 비교했을 때 5000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하반기에는 오히려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어 공모채 시장 복귀는 더욱 힘들어보인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상반기 삼성중공업의 손실 규모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데 이어 본질적인 수익성 개선 가능성도 낮아 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했다.

지광훈 한기평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대규모 손실로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차입금이 증가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상황"이라며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구현했던 재무구조 개선효과도 상당부분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삼성중공업이 하반기 영업적자를 탈피하는 등 수익성이 회복 추세로 전환되지 않는 한 신용도 하향 압력이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