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토신, 책임준공+한도대출 내놨다
후순위대출 지원…뒷배 없어 시장서 밀리자 고육지책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한국토지신탁(이하 한토신)이 최근 책임준공신탁에 한도설정을 통해 사업자금을 지원해주는 신탁상품을 선보여 업계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에 비해 자금동원력이 떨어져 책임준공신탁 시장에서 밀리자 고육지책으로 이 같은 상품을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27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한토신은 라온건설이 추진 중인 대구 수성구 신매동의 '시지 라온프라이빗' 사업을 수주해 한도 대지급형 책임준공 관리토지신탁을 적용하고 있다. 시지 라온프라이빗 아파트는 지하 2층, 지상 16~27층 5개동, 전용 84㎡, 207가구 규모다. 


지난해 6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분양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분양대금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라온건설 측이 한토신에 사업의 전반적인 관리 및 자금조달을 맡긴 것이다.


한도 대지급형 책임준공 관리토지신탁은 한국토지신탁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탁상품이다. 기존 책임준공 신탁상품에 신탁계정대로 한도설정을 열어 사업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50억~100억원을 지원하는 구조다. 주로 후순위 대출에 자금지원을 집중할 예정이다. PF 대출의 경우 선순위, 중순위에 비해 리스크 높은 후순위의 대주단 모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토신 관계자는 "대출한도를 열어놓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구조"라며 "사업별 정확한 한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준공 신탁이 좀더 진화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며 "시공사가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토신이 이 같은 신탁상품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토신은 그동안 지방을 중심으로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을 벌여 승승장구 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사업장에 미분양이 속출했고 한토신의 실적도 하락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1384억원이던 매출액은 2018년 269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2556억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146억원으로 전년대비 11.6%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7년 1845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193억원, 올해 상반기 511억원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탁업계에서 오랜 기간 최강자로 군림했던 한토신이 이처럼 휘청거리는 것은 부동산 시장 하락뿐 아니라 신탁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리스크 높은 차입형토지신탁이 저물고, 그 빈자리를 책임준공신탁이 대체하고 있다. 


책임준공신탁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 밖의 영세한 건설사들이 자금부족으로 공사를 중단할 경우 신탁사가 대신 공사비를 지급해 준공으로 이끌어주는 상품이다. 사실상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대신 짊어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금융지주사 계열의 하나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이 주도적으로 책임준공신탁을 수주하기 시작했다. 이어 우리자산신탁, 아시아신탁(신한금융지주 소속) 등이 차례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모두 수백조의 자산을 보유한 금융지주사 소속이다.


반면 한토신의 한계는 명확했다. 실질적인 최대주주인 엠케이전자의 올해 6월말 기준 자산규모는 1조9039억원에 불과하다. 금융지주사 계열 신탁사와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한토신의 책임준공신탁은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며 "자금력이 한참 떨어지는 한토신에 굳이 책임준공신탁을 맡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계에 봉착한 한토신은 기존 책임준공신탁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한도대출을 추가한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신탁사 고위 임원은 "부동산 PF 대출에서 후순위는 리스크가 매우 높다"며 "금융지주사 계열 신탁사보다 재무구조가 열위한 한토신이 이 같은 리스크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1~2건 수주할 수 있겠지만 이것을 주력으로 삼아 수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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