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재생의 마중물 붓겠다"
박한아 익선다다 대표…서울 익선동 이어 대전 소제동 개발


[팍스넷뉴스 전세진 기자] "익선다다가 하는 일은 도심재생의 마중물을 부어 그 지역의 가치를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 것입니다."


박한아(사진) 익선다다 대표는 도심재생 사업을 시작한지 6년만에 이같은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보물찾기를 하듯 가려져있던 지역의 가치를 발굴하고 역사와 의미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 아무도 찾지않던 노후지역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명소가 된 익선동과 소재동은 이렇게 탄생했다.


처음부터 사회적 소명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9년전 쉐어하우스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양재동 단독주택에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우연히 지인 소개로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를 유치하면서 대관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도심 속에서도 휴양지 느낌의 인테리어와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 덕에 '도심펜션'이란 콘셉트를 걸고 강남, 여의도 등지로 규모를 확장했다. 


한옥펜션 등 전통문화를 활용한 사업 아이디어도 이때 생겼지만 그 시작은 쉽지 않았다.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한옥마을인 북촌은 월세가 500만~600만원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다. 대안을 찾던 박 대표의 눈에 띈 곳이 익선동이다. 100년 된 한옥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뒷골목이 북촌과 닮아있지만 월세는 1/5 수준이었다.


박 대표는 "익선동과 북촌은 한국 최초의 부동산 개발업자 정세권 선생이 이 일대 양반 한옥을 대규모로 사들여 중소형 서민한옥을 저렴하게 분양했던 곳"이라며 "일제강점기 서울 사대문안에 일식 주택을 대량으로 건설하려던 일제에 맞서 우리 문화를 지켜낸 곳이라는 스토리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익선다다는 지인에게 빌린 5000만원으로 2014년 카페 '익동다방'의 문을 열었다. 이후 2016년까지 익선동의 한옥 총 11채를 음식점 및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열두달·1920경양식·거북이슈퍼 등 익선다다가 각각의 콘텐츠로 기획한 매장은 현재 젊은이들과 외국인관광객의 명소 1번지로 거듭났다.


노후화했던 지역을 새단장한 후 사람이 몰리자 구조적인 문제도 생겨났다. 상업자본이 갑자기 유입돼 지가와 임대료가 오르면서 기존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작 익선동이 알려지는데 핵심 역할을 한 콘텐츠 개발자 익선다다조차 임차인이란 이유로 상대적인 불공평에 놓이게 됐다.


박 대표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고민을 거듭해 콘텐츠를 기획했어도 결국 구조적인 불공평에 놓이는 한계를 느끼게 됐다"며 "익선동 매장들이 점과 점으로 만나 동네를 형성했다면 이번에는 직접 땅을 매입해 하나의 면이 되어 움직여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익선다다의 고충을 해결해 준 곳은 2017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대전 소제동이다. 대지 가격이 낮아 넒은 면적을 한꺼번에 매입할 수 있는 여건을 충족시키면서도 익선동과 같은 매력적인 사연을 갖고 있었다.


소제동은 일제강점기 '철도청 관사촌'으로 사용하던 적산가옥들이 밀집돼있다. 1904년 인근에 대전역이 생긴 후 일본 철도공사 종사자, 기술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다가 광복, 전쟁과 도시화를 거치며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황폐화됐다.


2017년 당시 빈집률이 45%로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동네'에서 도심재생 프로젝트를 벌이다 보니 초반 투자 유치는 난항이었다. 1년 가량 어려움을 겪다 결국 익선다다의 콘텐츠 개발 능력을 알고 있는 익선동의 건물주들을 찾아가 초기 대지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이렇게 탄생한 1, 2호점 '볕'과 '오아시스' 영업이 순항하면서 다시 충남도시가스와 나이스에프앤아이 등에서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익선다다는 소제동에서 홍롱롱·풍뉴가·슈니첼 등 총 13개의 식음료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처음 매장을 열고 과연 어떤 고객들이 찾아올까 하는 마음에 일부러 광고를 하지 않았다"며 "사나흘 동안 매출이 아예 없다가 인근 동사무소 20대 여직원들이 처음 찾아온 것을 계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익선다다의 콘텐츠 마법은 다시 한번 지역을 살려냈다. 초기 매장들은 손익분기점을 3~4개월만에 넘겼고 입소문을 탄 후발 매장들은 개점과 동시에 사람이 몰려드는 진풍경을 낳았다. 현재 소재동은 전국에서 5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박 대표는 콘텐츠를 만들었던 1세대가 젠트리피케이션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쫓겨날 걱정없는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소제동에서 토지 매입이라는 방법을 택했지만 결국 본질적인 문제는 작은 '스타트업'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도심 재생은 그 지역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익선다다와 같은 스타트업이 색을 입힌 다음, 민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정체성을 오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노후지역들의 가치를 찾아 그 존재의 필요성을 알리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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