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
'현금 3.3조' 현대건설, 유동성 확보에 올인
채권발행 4100억 추가 확보…해외공사 지연, 실적 하락 현실로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건설업계 최대 규모인 현금 3조3000억원을 보유한 현대건설이 이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를 추진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실적 하락이 가시화하면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으로 향후 알짜 부동산과 기업들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고 미리 실탄 쌓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4100억, 전액 건설‧자재대금에 사용


현대건설은 지난 27일 회사채 4100억원을 발행하기로 확정했다. 당초 2000억원을 발행하려고 했지만 수요예측 결과 8500억원이 몰리면서 2100억원을 추가 증액한 것이다. 3년물과 5년물, 10년물로 나눠 발행하며 금리는 민평금리에 각각 -0.01%p, -0.02%p, -0.22%p를 가산한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현대건설이 채권발행 증액까지 고려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반대다. 올해 6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3552억원으로 설립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12월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7692억원 증가했다. 영엉활동현금흐름은 9646억원을 기록, 지난 2016년(1조865억원) 이후 최대치다. 쌓인 현금도 많고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재무상태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부채비율은 113.31%로 대림산업(97.74%)에 이어 두 번째고 유동비율은 200.94%로 가장 높다. 차입금의존도도 25.27%로 4개사 중 가장 낮다. 건설업계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만한 재무상태다.


이번에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부채상환에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현대제철 553억원, 현대리바트 349억원, 현대오토에버 102억원 등 전액 건설 및 자재대금,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한다. 이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3조3552억원)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주택사업 호조로 매 분기마다 수천억원 규모의 현금이 유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보유 현금이 더욱 늘어난 가능성도 높다.



◆코로나19로 해외발 위기 현실화


현대건설이 이처럼 유동성을 늘리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실적 하락 및 자금 경색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미리 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8조603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3192억원으로 29.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2660억원으로 1년 만에 23.6% 줄었다. 


수익성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로 해외 현장에서 공기가 지연됐고 이로 인해 공사원가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코로나19로 대규모 해외공사 현장인 이라크 카르발라에서 근무하는 현대건설 직원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3분기에도 실적 감소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유동성 위기가 닥치기 전에,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현대건설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 시장이 한순간 얼어붙으면서 외부조달이 불가능해졌다. 순간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흑자도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현재의 코로나19 위기가 앞으로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가능할 때 최대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며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채권발행 금리가 낮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좋아 상환에 큰 부담이 없다는 판단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부자인 현대건설조차 이처럼 까다롭게 리스크 관리를 한다는 점은 건설 부동산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M&A 계획 없어…택지매입 가능성은 열어놔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코로나19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형 M&A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현대건설은 이번에 41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공동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들과 기업실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향후 2년내 총자산의 20%를 상회하는 신규투자는 예정돼 있지 않다", "지난해 12월말 사업연도 종료 이후 자회사 지분 인수 및 매각, 계열사 편입 등과 관련한 변경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올해 6월말 기준 현대건설의 총자산이 18조793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20%인 3조7587억원 이상의 신규투자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3조원 이하 규모의 부동산 매입은 꾸준히 추진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8월 신한금융그룹 GIB사업부문과 '공동투자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개발 연계형 실물자산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양사는 향후 도심 내 노후자산을 매입해 일정 기간 운영한 뒤 개발하는 방식으로 기존 자산의 부가가치를 증대시킬 예정이다. 


그동안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자체개발사업을 극도로 꺼렸던 현대건설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주택경기가 여전히 활황세를 보이면서 국내 빅5 건설사 중 GS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은 직접 택지를 매입하며 자체개발사업 재개를 선언한 상태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택지 매입을 위한 입찰에 관심을 보여왔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지방자체단체 주도의 공모사업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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