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진단키트 전문 기업 씨젠이 최근 두 차례의 대형 부동산 계약을 연이어 체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상반기 실적 급증으로 유입된 대규모 현금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씨젠은 지난주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상일 IC 인근 토지(1만75.2㎡)와 건물을 양수키로 하고, 거래상대방인 미사티에스비즈타워측에 계약금 5억원을 8월28일 납입했다. 거래규모는 520억원이다. 잔금 515억원은 오는 4일 일괄 지불 예정이다. 씨젠은 "중장기적 생산, 매출 증가 예상에 따른 공간 확보"를 위해 해당 부동산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생산량 증가에 따른 제조와 물류 공간 확대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씨젠은 지난달 10일에도 새마을금고복지회와 561억원 규모의 부동산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건물은 현재 씨젠 본사가 있는 송파구 오금로 91(태원빌딩)으로부터 100미터 가량 떨어졌다.  오는 7일 잔금 납입을 마치는대로 등기 예정이다. 씨젠은 분산된 사무/연구 개발 공간 집중화를 통한 업무 효율성 증대와 인력증가에 따른 공간 부족 해소를 위해 해당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15층 규모인 해당 건물은 잠실역 인근에 위치해 있고, 본사 건물로 활용 예정이다.  

씨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이른바 대박난 대표적 기업으로 손꼽힌다. 연결기준 상반기 매출액 3566억원과 영업이익 2087억원을 달성했다. 상반기 당기순익은 16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51억원 대비 10배 늘었다. 특히 지난 2분기 순이익은 1316억원으로 전년도 101억원 대비 12배 급증했다. 이같은 실적호전에 힘입어 연초 3만원하던 주가도 지난달 30만원까지 10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씨젠은 상반기 호황으로 급증한 현금을 부동산에 투자, 안정적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부동산 업계에선 씨젠의 계약 방식을 다소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씨젠이 잠실역 인근 건물에 대해 계약 체결 4주 만에, 이번 하남시 토지에 대해 계약 일주일 만에 잔금을 완납하는 등 속전속결 방식으로 거래를 마무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현금부자라는 얘기다. 

잠실역 인근 건물은 물론이고, 이번에 확보한 토지도 최근 개통된 5호선 하남풍산역에서 머지 않은 곳에 있어 투자 가치로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씨젠에 해당 부동산을 넘긴 미사티에스비즈타워는 2년 만에 175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씨젠은 연이은 부동산 확보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사옥 및 생산시설의 확충을 위한 필수부가결한 조치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씨젠 관계자는 "송파구에 있는 현 사옥은 임차해 쓰고 있다"며 "잠실역 인근 건물을 본사용으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든 층을 다 쓸 수도 있고, 몇 개 층은 임대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씨젠은 오는 9월9일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처음으로 내집을 마련하는 셈이 됐다.

하남시 토지 구입에 관해 이 관계자는 "생산시설 및 물류센터로 활용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하남시 관계자는 "해당 토지에 대한 허용 용도를 보면 도시형 공장, 지식산업센터, 벤처기업 집적시설,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등으로 되어 있어 씨젠이 생산 및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것에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씨젠 측은 '돈 벌어 부동산에 몰빵한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현금을 부동산 구입에 모두 쓰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를 건물이나 토지 매입에 쓰고 나머지는 영업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바이오계 관계자는 "씨젠은 현재 400명 정도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현재 200~300여명 추가 채용을 진행하는 등 고용에도 신경 쓰고 있다"며 "인원 수용 측면에서도 새 건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