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와 IPO시장 '주객전도'
금융당국, 상장제도 개선 '개인 투자수익 극대화'에만 초점


[팍스넷뉴스 전경진 기자] '동학 개미 운동'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돈이 될만한 '알짜' 기업 주식에는 어김없이 개인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린다. 동학 개미들은 비상장 주식도 가리지 않고 투자한다. 이미 기업공개(IPO) 시장에까지 자금이 흘러든지 오래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 IPO 때는 일반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을 위해 납부하는 증거금 규모가 30조원을 초과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동학 개미들은 여세를 몰아 공모주 청약제도 개편까지 요구하고 있다. 현행 공모주 일반청약 제도가 증거금을 많이 납부한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주식을 배정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시장 의견을 수렴해 청약제도 개선을 검토해보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놨다. 여기에 더해 IPO 때 우리사주조합 몫으로 배정한 공모주 물량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이를 기관이 아닌 일반투자자 몫으로 재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증권사 IPO 담당자들은 금융위원회의 제도 개선 취지에는 일부 공감한다. 하지만 우리사주조합 실권주를 일반투자자 몫으로 배정하면서 일반청약 물량 자체가 늘어나는 데에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다. 


일반청약 규모 자체가 커질 경우 증권사들의 IPO 주관 부담감이 커지는 탓이다. 동학 개미들의 공모주 투자 열기가 식을 시 언제든 일반청약에서 공모주 미매각 사태는 벌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올해 초만 해도 화장품 소재 기업 엔에프씨의 IPO 때 일반청약 미매각 사태가 벌어졌다. 공모주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들 수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일반투자자들의 유입과 이탈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식 총액인수계약(언더라이팅)을 전제로 IPO를 진행하는 증권사들은 실권주를 전량 자기자본으로 매입해야하는 불상사를 맞닥뜨릴 수 밖에 없다.


증권사 IPO 담당자들의 부담감 호소는 그저 자신들의 손해만을 걱정하는 이기적인 주장에 불과할까. 


증권사들의 총액인수 부담감은 IPO 시장 자체의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동학개미의 수익 극대화를 응원하다가 자칫 기업들의 상장 길 자체가 좁아지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 한해 개별 증권사가 주관하는 IPO 딜 수는 많게는 10건 안팎에 이른다. 이런 IPO 딜에서 조금씩 일반청약 미매각분이 발생한다면 자본력에 한계를 느낀 증권사가 후속 IPO 딜을 수월하게 주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SK바이오팜 처럼 빅딜의 경우 우리사주 실권주 규모가 커서 일반청약 물량이 급증할 우려도 있다. 역대급 IPO 흥행에 가려졌지만 SK바이오팜만 해도 우리사주조합 몫의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 규모만 무려 146만8731주에 달했다. 왠만한 소형 IPO 딜의 전체 공모 규모와 맞먹는 규모였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IPO가 자주 축제로 비유되곤 한다. 축제의 주인공은 단연 상장 예정 기업이다. 기업이 미래 성장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IPO 시장 관련 정책도 주인공인 기업들의 안정적인 증시 입성을 지원하는 쪽에 맞춰져 왔다. 기술성, 테슬라, 성장성, 사업모델 특례상장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며 이익미실현 기업에게도 상장의 기회를 제공해온 이유다. 


최근 IPO 시장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정책의 초점은 기업 상장 지원보다는 개인투자자 수익 극대화에만 맞춰진 모양새다. 축제에 초대받은 손님(투자자) 때문에 주인공이 행사장 밖으로 밀려났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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