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CN M&A
존속법인 사내유보금 부관, 본계약 변수될까
재편성 요구 땐 매각절차 원점...방통위 사전심의 '촉각'


[팍스넷뉴스 조아라 기자] 현대HCN 매각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현대HCN 물적분할의 사전 동의 절차에 돌입, 행정적인 과정만 통과하면 인수자인 KT스카이라이프가 무난하게 인수합병(M&A)을 마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 변수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사내유보금에 조건(부관:법률행위 부가 약관)을 붙여 물적분할을 승인했는데, 그 내용에 따라 매각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내유보금 재편성이다. 신설법인이 확보하는 유보금이 늘어나면 매각가도 달라져 인수합병(M&A) 계약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과기부 요청으로 현대HCN 물적 분할을 위한 사전 동의 심사 절차에 착수했다. 심사위는 존속법인인 현대퓨처넷(가칭)이 승계할 사내유보금을 유심히 들여다 볼 것으로 관측된다. 과기부가 현대HCN 분할 심사에서 사내유보금 분배 비율을 문제 삼았었기 때문이다. 과기부는 가입자 보호 및 고용승계 방안과 함께 사내유보금 편성에 조건을 부과해 분할을 승인했다.


앞서 지난 4월 현대HCN은 과기부에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기업 메시징 ▲렌탈 서비스 ▲방송‧통신사업(케이블TV) 부문 중 렌탈 서비스와 케이블TV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현대에이치씨엔(신설법인)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분할 심사를 청구했다. 매각 대상인 신설법인이 현대HCN의 사내유보금 3530억원 중 200억원을 인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대HCN 최대주주인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퓨처넷에 나머지 3330억원을 남겨둘 계획이다. 이중 1205억원은 이미 SK바이오랜드 지분을 인수하는 데 썼다.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은 정리하고 알짜는 가져가 키워보겠다는 생존 전략이다. 


일찍이 과기부는 케이블TV 사업으로 번 돈을 방송과 무관한 곳에 쓰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 요건을 완화한 당초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맥락으로 과기부가 조건부 승인을 내린 것으로 추측한다.


만약 과기부가 사내유보금 재편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면 매각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이미 KT스카이라이프는 신설법인이 유보금 200억원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본 입찰에 참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과기부가 신설법인이 아닌 존속법인의 유보금에 대해 조건을 걸었기 때문에, 본 계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 있게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기부가 현대HCN 매각에 불필요한 조건을 붙였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먼저 예정된 심사기간이 길어져 절차 간소화 방침부터 어긋났다는 지적이다. 당초 과기부 심사 기한은 7월 25일이다. 현대HCN이 심사를 청구한 4월 27일을 기점으로 90일째 되는 날로 기한은 이미 한달을 넘겼다. 


지난 6월 정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통해 방송통신분야 M&A 시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심사 진행상황과 일정 등을 공유하고 ▲심사계획을 사전에 공개하며 ▲심사기간을 단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HCN이 예고한 분할기일은 11월 1일이다. 업계는 늦어도 8월 초에 과기부와 방통위 심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사내유보금 이관이 인수가를 낮추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유보금을 신설법인에 넘기면 매각가가 고스란히 늘어나고 절차가 지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 사업을 접는 현대백화점에 미디어 콘텐츠 투자 의무를 강제하는 것이 합리적인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앞서 케이블TV M&A 사례에서 정부는 인수당사자인 통신사에 콘텐츠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 간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은 4조621억원을, LG헬로비전을 인수한 LG유플러스는 3조7962억원을 콘텐츠 개발에 투입해야 한다. 결합상품 마케팅 보다는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라는 의도에서다. 마찬가지로 현대백화점이 아닌 KT스카이라이프에 콘텐츠 투자 조건을 부과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을 존속법인에 남기는 것은 이익을 편취하거나 먹튀하는 것이 아니고 인수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며 "유보금을 신설법인에 넘겨 매각가를 불리는 것은 케이블TV M&A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확한 부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직접 투자는 아니더라도 우회적으로 미디어 콘텐츠 투자를 강제하는 조건을 부과한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다음 주 보고절차를 마치고 심사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방통위가 사전 동의를 마치면 현대HCN은 KT스카이라이프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 KT스카이라이프가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고 과기부의 최대주주 변경 인가를 받으면 계약이 종결된다. 합산규제가 폐지됨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의 기업결합심사는 다소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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