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펀드, 다른 보상...證, 사모펀드 해법 '중구난방'
투자자 혼란만 가중…금융당국 '전액배상' 권고, 배상 선례 우려



[팍스넷뉴스 조재석 기자] 라임 자산운용(이하 라임)의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피해금액이 1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라임 펀드를 판매했던 증권사들은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저마다 피해 보전방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통일된 손실보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펀드의 종류, 가입규모, 판매시점 등에 따라 피해 보상도 제각각이어서 투자자간 혼란만 커지고 있다.


◆證, 라임펀드 배상 '제각각'


상반기 라임판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각각의 피해보전 방식안을 제시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자사가 판매한 라임 부실펀드(무역금융·플루토FI·테티스2호·CI)의 손실액 30%를 투자자에게 '선지급' 하기로 결정했다. 추가 손실 보전은 향후 투자 손실규모 확정과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정해진다. 


대신증권의 라임펀드 총 상품 판매액은 1903억원에 달한다. 무역금융펀드 판매금액은 20억원 내외로 추산되지만 금융감독원이 전액배상을 권고했던 2018년 11월 이전에 판매된 물량을 감안하면 2000억원에 육박한다. 현재 각각의 모펀드에서 발생한 손실액을 추산중인 대신증권은 이달 21일까지 투자 피해자와 선지급안 동의여부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자펀드 격인 'AI스타 1.5Y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3호'를 판매했던 KB증권은 개인투자자에게 가입금액의 40%, 법인은 30%를 선지급한 뒤 추후 분쟁조정 결과가 확정되면 사후정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KB증권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를 작년 말 기준으로 총 681억원 가량 판매했다. 라임 펀드 판매사 19곳 가운데 8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KB증권은 라임을 통해 무역금융펀드만 판매했다. 나머지 3개의 모펀드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신영증권은 지난 3월 사모펀드 환매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무렵 증권사 중 가장 먼저 무역금융펀드 피해금액 81억원 중 50%를 '선보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선보상안은 추후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금액 회수가 가능한 선지급과 달리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개념이다. 만약 투자자가 선보상안을 받아들이면 사적 화해로 받아들여져 소송이나 민원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금융감독원 분조위에도 상정되지 않는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선보상 비율은 고객마다 다르게 정해지고 있지만 다른 증권사처럼 뚜렷하게 정해진 비율은 없다"며 "추산 라임 투자 피해자는 200여 명 정도고 현재 각각 보상안 합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판매시점·구조·고객유형 따라 나뉜 기준


판매에 나선 증권사들이 잇따라 투자 피해자에 대한 손실보전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같은 펀드상품을 구매했어도 판매한 증권사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과 손실 보전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판매사의 제시안이 제각각인 이유가 ▲판매금액과 회수율 ▲주주구성 ▲펀드구조 ▲고객성향 ▲판매시점 차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81억원 가량 판매한 신영증권은 다른 판매사에 비해 피해금액이 적고, 주주구성도 단순해 과감한 선보상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성우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는 "소액주주가 적은 판매사일수록 대표이사가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배임 논란에서도 자유롭다"며 "신영증권의 경우엔 대표이사 결단에 의해 선보상이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가 판매된 시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무역금융펀드의 손실이 90% 가까이 발생했던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상품들에 대해 전액 배상을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시점 이전에 펀드를 판매했거나, 권고안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라임 모펀드를 판매했던 증권사들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법적 책임 여부를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의 판매사 관계자는 "자사가 판매한 라임 펀드 관련 상품은 분조위가 권고한 무역금융펀드에 해당하지 않고 무엇보다 시점이 다르다"며 "현재 책임 여부를 가늠하는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 선제적 손실보전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전액배상…"혼란 가중하는 나쁜 선례"


현행 규정상 사모펀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뚜렷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최근 등장한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 결정이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판매사가 펀드 투자자들에게 피해금액 '전액'을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다행히 지난 8월 말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했던 4개 판매사들은 분조위의 권고를 받아들이며 투자 피해자에게 투자금액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650억원, 364억원을,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425억원, 91억원 가량의 배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전액 배상이 다소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공적기관의 분쟁 조정을 통해 합의가 도출된 게 아니라 금융당국의 압력에 판매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액보상에 나선 것으로 향후 사모펀드 피해보전 방식에 난항이 불가피하도록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이번 분쟁조정은 향후 사모펀드 피해사례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더욱 여러 관점에서 고려하며 배상 결정에 신중히 접근했어야 했다"며 "당국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라는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귀책사유를 판매사에게만 성급히 묻다보니 나쁜 선례가 남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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