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입규제 지켜질까···국내 철강사 '긴장'
중국산 H형강 수입규제 연장 '기로'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국내 철강 수입규제가 중차대한 기로에 섰다. 국내 철강시장에서 사실상 수입산에 대한 유일한 보루 역할을 해왔던 중국산 H형강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가 지난 7월 말 효력을 다하면서다. 덤핑관세 부과로 수입억제 효과를 톡톡히 봤던 국내 H형강 생산기업들은 관세 연장을 위한 재심사를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한 때 국내 시장점유율 25% 이상을 잠식했던 중국산이었던 만큼 이번 재심사 결과는 국내 H형강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H형강 생산기업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4월부터 중국산 H형강 덤핑방지관세 부과 연장에 대한 재심사를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이해관계자들간 협의와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 초에는 재심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형강은 고층빌딩, 공장, 창고, 격납고, 체육관 등의 기둥과 철골 아파트, 학교, 상가, 지하철, 교량 등의 기초용 말뚝 등으로 사용되는 주요 건설자재 가운데 하나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제조산업 부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철강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확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주요 건설자재인 H형강에 대한 설비투자도 포함됐다. 급격한 설비 증설이 이뤄지면서 중국 내수에서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한 H형강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온 것도 이 무렵부터다.


(사진=H형강 단면 모습. 출처: 현대제철 홈페이지)


수입 철강 범람으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자 한국 정부는 2015년 7월 말부터 5년의 기한을 두고 중국산 H형강에 28.23%~32.72% 수준의 높은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아울러 국내에 H형강 수출을 많이 하는 진시스틸, 르자오스틸, 라이우스틸 등 7개 주요 중국 철강기업에 대해서는 별도로 연간 국내 총 수입량을 58만톤으로 제한하고 가격 하한선을 설정해 수입량을 조절했다. 가격 하한선은 전(前)분기 철광석 가격과 중국 내수가격을 함께 고려해 분기별로 갱신하고 하한선 이하로 수출을 진행할 경우 고율의 덤핑관세를 부과하는 구조로 운영해왔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수입규제 효과는 탁월했다. 수입규제 시행 이전인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산 H형강은 연간 60~80만톤 가량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당시 국내 H형강 연간 소비가 280만톤 남짓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국내 H형강 시장의 25% 이상을 중국산이 잠식했던 셈이다. 


하지만 덤핑관세 부과 이후 중국산 H형강의 국내 수입량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고 최근 2년간은 연평균 5만톤 아래까지 쪼그라들었다. 물론 큰 폭의 수입 감소에는 중국 내수시장 호조, 가격경쟁력 약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더해졌지만 이 가운데 국내 관세 부과가 실질적인 방어막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H형강 수입 위축에는 다양한 대내외 변수들이 작용했지만 한국 정부의 수입규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도 중국 철강업체들은 내수시장 침체로 판로가 막히면서 인접국인 한국으로의 수출을 늘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그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 H형강 생산기업들은 이번 중국산 H형강 반덤핑 관세 연장 재심사를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규제 연장에 실패할 경우 과거와 같이 중국산 H형강 범람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산 수입이 많이 줄었지만 시장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가뜩이나 국내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그동안 유지해왔던 수입규제마저 해제된다면 국내 H형강 시장은 무방비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중국산 반덤핑 관세 연장은 반드시 통과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H형강 생산기업들은 중국산 재심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최근 수입이 늘고 있는 일본산, 바레인산, 베트남산 등 타 국가발(發) H형강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도 적극 검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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