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아름 기자] 러시아 국민 라면브랜드로 자리잡은 팔도가 국내에선 OEM‧ODM, 가정간편식(HMR)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에서 만년 4위에 머물면서 경쟁력 제고가 사실상 어렵다 판단, 사업다각화로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팔도의 이 같은 전략이 당분간은 성장해법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팔도는 지난해 개별기준 4508억원의 매출과 2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0.3%, 영업이익은 70.7% 늘어난 금액이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도 5.2%로 같은 기간 1.9%포인트 상승했다. 순이익은 이 기간 455억원에서 1109억원으로 143.6%나 증가했다.

실적 전반이 이처럼 개선된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덕분이다. 

팔도는 수년 전부터 이마트, 쿠팡, BGF리테일 등 주요 유통업체와 OEM‧ODM 계약을 맺고 PB상품 납품 꾸준히 늘려왔다. 자체 사업에서도 비빔장, 핫도그, 스파게티, 포켓죽 등 제품라인업을 늘리는 동시에 '잇츠온'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HMR 사업도 강화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위탁생산한 라면 등의 상품은 물론, 제품의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다. 실제 2010년 33종에 불과하던 팔도의 위탁생산 PB 상품종류가 지난해 54종으로 늘어나면서 상품매출액이 2018년 대비 27.5%(805억원→1026억원) 증가했다. 더불어 팔도의 인기 제품인 '팔도비빔면'의 판매호조와 함께 한정판으로 출시됐던 '괄도네넴띤'이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몰이를 하면서 제품매출액 역시 8.1%(2870억원→3103억원) 늘어났다.

외형성장을 일군 가운데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의 하락과 경영효율화가 이뤄지면서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줄인 부분은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원가율(매출원가+판매관리비/매출액)만 봐도 지난해 94.8%로 전년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팔도가 사업다각화에 나선 이유는 국민 라면브랜드로 칭송받는 러시아와 달리 국내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팔도가 지난해 국내 라면 소매시장에서 올린 매출액은 1200억원이다. 이는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 중 4위에 해당하는 순위로, 사실상 꼴찌다. 주력인 라면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OEM‧ODM, HMR로 눈길을 돌리게 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도 "팔도의 경우 판매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팔도 비빔면'이 여름에만 팔리는 계절상품이다 보니 위탁생산을 해서라도 수익을 내려고 하는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위탁생산을 의뢰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중소기업보다는 브랜드파워를 가진 팔도에서 제조하는 게 믿음이 갈 것"이라며 "위탁생산이 팔도의 성장에 해답이 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돌파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팔도는 향후 국내외 식품시장의 트렌드에 맞춘 제품 개발을 통해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단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다각화 및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현재 라면과 음료, 의류까지 주요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해 실적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향후 온라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며, 라면 외에도 팔도비빔장과 같은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종합식품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