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항공업 유동성 리스크 재점화 경고
자구책·자금지원 일시적 해결책 불과…아시아나항공 신용도 하향 우려 심화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들이 올해 하반기 항공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업황의 침체가 하반기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각종 자구노력과 정부 지원은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국적항공사들이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 나름의 자구노력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유상증자, 사업부 매각, 인건비 감축 등 자체적인 노력과 채권단 지원에 힘입어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우려가 완화될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악화와 화물 단가 약화 추세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 대응이 추가로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구책과 채권단, 주주사 지원 등을 통한 자금확보 여부가 중단기적으로 신용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경영악화 속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있다. 침체된 업황이 언제 회복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대형항공사(FSC)까지 자구책 마련에 고심이 큰 상황이다.


국내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대한항공의 상황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한항공은 자본감소 속 부채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1년 새 부채비율은 834.7%에서 988.6%로 약 150%포인트(p) 악화됐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62.3%에서 66.1%로 약 4%p 늘었다. 대한항공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올해 상반기 약 1조1551억원으로 전년(약 6567억원)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이밖에 사채 약 1조7000억원, 장기차입금 등은 약 10조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정부로부터 약 1조2000억원의 긴급유동성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약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요구받았다. 유상증자로 약 1조2000억원, 기내식사업부(기내면세품판매사업부 포함) 매각으로 약 1조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하지만 업황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미국법인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HIC)의 차입금 만기 부담 등 추가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등의 금융기관에 HIC 관련 약 9억달러(한화 약 1조700억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만기는 10월18일이다. 대한항공은 HIC를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윌셔그랜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와 건물(605㎡) ▲지분 100%를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으로 1조원 확보를 추진 중이지만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차질을 빚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상황도 좋지 않다. 다른 항공사와 달리 인수·합병(M&A)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원대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재무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이하 별도기준)은 2366.1%로 전년(745.9%) 대비 약 3배 넘게 확대됐다. 자본총계는 약 4880억원으로 전년(약 1조1481억원) 대비 약 6601억원 감소했고, 부채규모는 약 8조5635억원에서 11조5459억원으로 2조9824억원으로 증가했다. 총차입금은 약 5조5475억원에서 8조3927억원으로 증가했다. 총영업활동현금흐름은 3975억원에서 마이너스(-)2995억원으로 악화됐다.


LCC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 상태고, 지난 3월부터 모든 항공기 운항이 멈춘 '셧다운' 상황 속에 수익화를 꾀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법무법인 율촌·흥국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새 인수자를 찾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선뜻 새로운 인수자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저비용항공사는 대형항공사처럼 보유한 자산이 풍부하지 않아 자산매각을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 '고육지책'으로 유상증자를 꺼내들었다. 저비용항공사 1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뒤 운영자금과 차입금상환을 목적으로 약 15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최대주주인 AK홀딩스가 전체 유상증자 규모의 절반을 투자하며 지원했다.


티웨이항공은 최대주주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약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티웨이홀딩스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티웨이항공은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저비용항공사가 유상증자 없이는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진에어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09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처럼 유상증자가 실패하면 연말 유동성 리스크가 재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어렵게 자금을 확보해도 고갈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점도 고민거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분기 말 저비용항공사의 현금보유액은 제주항공 972억원, 진에어 1292억원, 티웨이항공 1021억원"이라며 "유상증자 성공시 제주항공은 약 2557억원, 진에어는 2384억원의 현금을 보유할 전망이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상반기 말 자금 소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 무산이 확대된 아시아나항공은 주요 모니터링 대상에 올렸다. 아시아나항공은 딜(Deal) 무산 시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크로스디폴트(Cross Default·연쇄 부도) 발행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은 BBB-다. 


한신평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에는 최대주주 변경 시 신규 대주주에 의한 대규모 유상증자 가능성(약 2조2000억원), 대주주 변경에 따른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과 계열의 유사 시 지원 수혜 가능성 등이 반영돼 있다"며 "자본확충 규모와 형태가 현저하게 저하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식매매계약(SPA) 해지 시 신용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채권단을 통한 유동성과 자본확충 규모, 형태, 시기, 세계 항공운송 수요 회복 시점과 폭, 수익구조와 재무부담 변동, 유동성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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