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쟁점
물산 자사주매각, KCC '전략적 투자' 기회
⑥ 최정상급 건설사·건자재 업체간 협업 목적···지분 제휴 '백기사' 전통적 경영기법
검찰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1명을 기소한 사건은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을 넘어 국내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에도 큰 파장과 후폭풍을 가져올 메가톤급 사안이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인 팍스넷뉴스는 향후 검찰과 변호인단이 다툴 공소사실의 핵심 쟁점에 대해 금융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미리 살펴본다.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검찰에서 주장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자기주식 매각'은 오로지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 성사를 위한 의결권 확보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반대로 거래 상대방 KCC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지원할 의도로만 삼성물산 자기주식을 매입한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KCC의 삼성물산 자기주식 매입은 양사 합병에 힘을 보태기 위함이 맞아 보인다. 하지만 거래의 궁극적 목적에 해당하는 합병이 성사됐을 때 KCC가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이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건축자재 사업을 영위하는 KCC가 국내 최대 기업집단의 건설부문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 등극, 협업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원론적인 분석이다.


지배구조 개편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과정에서 우호적 의결권을 제공할 백기사를 확보하는 것은 전통적인 경영 기법이다. 최근에는 이른바 '지분 제휴'라는 명목으로 사업적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타 기업의 지분을 대규모로 매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KCC와 삼성물산의 지분거래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 경영상 목적 달성 위한 '백기사 영입' 사례 적지않아


KCC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15년 6월11일 삼성물산의 자기주식 899만557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했다. 주당 단가는 7만5000원으로 총 6743억원을 삼성물산에 지급했다. 블록딜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면서도 대규모 지분을 거래하기 위해 통용되는 거래 기법이다.


KCC는 당시 삼성물산 지분 매입 이유를 "삼성물산 지분참여 및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통한 시너지 제고 및 전략적 제휴"라고 명시했다. 조만간 이뤄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지기 위한 목적으로 삼성물산 자기주식을 매입했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다. 삼성물산 또한 자기주식 매각 이유를 "회사 성장성 확보를 위한 합병가결 추진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통상 자기주식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돼 있다. 이를 제 3자에 매각할 경우 의결권이 부활한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KCC와의 지분 거래로 6%에 육박하는 의결권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었다.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어쏘시어츠(이하 엘리엇)의 공세를 방어해야 하는 삼성물산이 KCC를 백기사로 영입한 격이었다.


백기사를 영입해 기존 오너의 의사결정에 힘을 보태는 것은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언급될 정도의 고전적 방법론이다. 미리 확보해 놓은 자기주식을 매각, 백기사를 확보한 사례도 드물지 않다. 국내에서만도 ▲SK가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금융사들에 자기주식을 매각한 사례와 ▲NC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에 자기주식을 매각해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처한 사례 등이 회자된다.


법원도 KCC의 삼성물산 자기주식 매입 거래가 끝난 직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KCC에 자기주식을 매각한 직후 "해당 행위를 무효화함과 동시에 조만간 열릴 주주총회에서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들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


◆ KCC, 투자수익·사업적 시너지 동시 달성 가능


그렇다면 KCC로의 삼성물산 자기주식 매각이 과연 '경영상 필요가 없음에도' 이뤄진 행위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KCC는 삼성물산과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지닌 거래 상대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어쨌건 당시 삼성물산의 경영상 목표는 합병을 성사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합병을 성사시켜 성장이 정체돼 있는 삼성물산에 다양한 신사업 기회를 부여해야만 한다는 사명에 따른 것이다.  KCC로의 자기주식 매각 배경을 설명한 공시에서도 이 같은 경영적·사업적 필요성과 절실함이 나타나 있다.


KCC의 경우에는 꽤 오래전부터 다양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주식을 매입해 왔다. 매입 대상은 건설사(한라·현대산업개발·벽산 등 다수)와 완성차 제조사(현대자동차), 자동차 부품사(현대모비스), 중공업·조선사(현대중공업), 종합상사(현대종합상사) 등이 망라돼 있었다. 건자재와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자신들과 거래 관계가 있거나 사업적 시너지가 기대되는 곳들이었다. 


이들 주식은 막대한 평가 차익을 일으켜 KCC의 재무 여력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사업적 시너지는 물론 막대한 투자 수익을 일으킨 정몽진 KCC 회장을 '투자의 귀재'로 지칭할 정도였다.


2011년 8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삼성에버랜드(지금은 제일모직을 거쳐 삼성물산에 합병) 2대 주주 지분을 매입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받아 들여졌다. 리조트 사업과 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확보, 삼성과의 사업적 연결 고리가 생겼다는 점에서 재계와 증권업계로부터 호평 받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이 발표된 2015년 6월 KCC는 이미 제일모직의 주요 주주인 상태였고, 추가로 삼성물산의 자기주식을 매입해 지분을 늘린 상황이 된 셈이다. 앞서 매수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이 합병 등을 거치며 제일모직 주식으로 바뀐 까닭이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경우 더 큰 사업적 기회가 생길 것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합병해 단일 법인으로 거듭났을 때 더 많은 협업 기회가 생기는 것은 물론 투자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모직-물산 합병비율, 부적절했나

⑤자본시장법상 산정절차·방식 문제없어···특정회사 할증·할인시 '배임이슈' 노출

'합병 없었다면' 삼성물산 주가 올랐을까

④'건설경기↓+성장동력 상실', 하락폭 확대 가능성… 통합후 재무구조·건전성 향상

합병 5년, 삼성물산 기업가치 변화는

③검찰, 주가 하락으로 구주주 피해 vs 바이오 사업 시너지… 순자산가치 1.5배 급증

'적자'모직·'침체'물산···돌파구 고심

②합병직전 양사 수익구조 악화일로…합병 이듬해 흑자전환 '경영 정상궤도'

검찰 주장,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될까

① 승계용 불법합병 단정, 다른 가능성 배척...전략적 합병 소명시 '이재용측 유리'

애꾸눈 왕의 초상화

# 옛날 한 용맹한 왕이 있었다. 그는 이웃나라와의 전쟁에서 용감하게 앞장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불행히도 전투 중 ...

외풍 몰아치는 삼성, '삼중고' 어쩌나

사법·입법리스크에 사세 확장하는 라이벌까지 '진퇴양난'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시세조종일까

⑦증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병후 추가 자사주 매입 '주주환원책 유지'

통합 삼성물산, 합병시너지 셈법은?

⑩장기적 기업가치 상승 효과 달성…유죄 판결시 타기업 '경영활동 위축' 불가피

삼성바이오 회계분식..고의 or 과실

⑧2015년 하반기 임상3상 완료 '상업화 임박'···콜옵션 실질적 권리변경 '합리적'

'허위공표·고의은폐' 위법성, 조건은?

⑨ M&A 등 경영활동, 계약까지 '보안유지' 필수…에피스, 나스닥 상장 가능성 '여전'

이재용 기소 쟁점 10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