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양도웅 기자]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에 빠진 한국씨티은행 내부에서 조직 노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수년 간 신입행원을 채용하지 않고 희망퇴직도 받지 않았다. 점포 구조조정과 맞물려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임금피크제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그러나 오히려 인건비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씨티은행 경영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일부 부서는 40대 중반 직원이 부서 막내급인 곳이 있을 정도로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일부 부서 막내급 직원들의 나이가 40대 중반일 정도로 인력 구조 개선이 절박하다"고 전했다.
씨티은행의 직원 평균근속연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15.0년이었던 직원 평균근속연수는 2019년 말 17.0년, 2020년 상반기 말 17.8년으로 늘어났다. 다른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직원 평균근속연수는 15.6년으로 씨티은행보다 적다.
씨티은행의 노쇠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씨티은행은 2011년 신입행원 선발 이후 9년째 공개채용 형식의 신입행원 모집을 하고 있지 않다. 매년 자연스럽게 정년퇴직하는 인원에 맞춰 경력행원을 채용하고 있으나 책임자급 규모가 행원급 규모보다 많은 기형적인 인력 구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씨티은행은 2014년 이후 희망퇴직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희망퇴직제는 은행에게는 한꺼번에 비용이 소요되는 일회성 요인이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에게 승진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영향도 미친다.
씨티은행은 2017년 전국에 있는 영업지점 규모를 129개에서 39개로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때도 3300여명대의 직원 규모를 그대로 유지했다. 폐점한 영업점의 직원들은 콜센터 등에 재배치됐다.
하지만, 이러한 씨티은행의 인력 정책은 오히려 조직 활력을 떨어뜨리고 내부 불만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한꺼번에 많은 돈이 나가는 희망퇴직제를 피해 2016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며 "하지만 이에 따라 부서장들은 50대 고연차 선배의 업무 협조를 이끌어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직원 평균근속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인력비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임금피크제 도입 전까지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2015년 3303억원이었던 직원 연간급여총액은 2019년 3768억원으로 16.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연간급여도 9100만원에서 1억700만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6개 시중은행 중 직원 1인당 연간급여가 가장 많은 곳이 씨티은행이다.
즉, 씨티은행이 많은 논란에도 경영효율화를 위해 추진한 ▲신입행원 채용 중단 ▲희망퇴직제 중단 ▲임금피크제 도입 ▲영업지점 대규모 감축 등의 정책이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와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인력비용도 증가시키는 등의 역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약 9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51.2%나 감소했다. 점포 축소에 따른 판매관리비 감소 효과는 2018년 반짝했을 뿐이다.
따라서 씨티은행 내부에서는 차기 행장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길 바라고 있다.
박진회 전 행장은 임기 두 달여를 앞둔 지난달 31일 조기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행장이 상반기 '어닝 쇼크'에 책임지고 물러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공석인 행장직은 유명순 수석부행장이 대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필요시 전문인력을 수시로 채용하는 인사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며 "최근 5년간 희망퇴직제 등을 통한 인위적인 인원 감축을 하지 않고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4개년 사업보고서 공시자료를 보면 씨티은행의 인원 감소폭은 0.85%로 시중은행 중 가장 적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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