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분할, 진짜 속내는
석유화학사업부, 투자금 회수 및 리스크 해소 '일석이조'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LG화학의 이번 전지사업부 분할이 그 동안 화학사업부에 쏟아부은 투자금을 회수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이라는 해석이 LG그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부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수조원의 추가 투자에 난색을 드러낸 점 역시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그 동안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에 매년 조단위 투자를 이어왔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2조원, 2019년 4조원, 2020년 3조원(예상)을 투자했거나 투자할 계획이다. 3년 동안에만 배터리 부문에 들어가는 돈이 9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는 본업인 화학사업이 창출한 현금과 그린본드 등 채무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했다. 화학사업은 연간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해온 LG그룹 전체의 핵심 캐시카우 중 하나다. 호황기였던 2016년과 2017년 석유화학부문이 창출한 영업이익은 각각 2조1386억원, 2조8081억원에 달한다. 업황이 주춤했던 2018년과 2019년에도 2조원, 1조4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투자금을 만들어내거나 채무를 상환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채무 상환 역시 석유화학 사업 몫이었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를 낸 것은 2018년 4분기와 2020년 2분기가 전부다. 전기차 배터리의 성장으로 1500억원대의 전지 흑자를 낸 올해 2분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적은 없다. 2018년 4분기 역시 원재료인 코발트 가격의 하락으로 간신히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음 해인 2019년 에너지저장장치(ESS) 충당금 발생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적자로 전지사업에서만 4543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근 화학사업부가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친 점이 이번 분할에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2분기 깜짝 실적을 내기는 했지만 다시 손실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 동안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분사 방식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물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내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모회사인 LG화학(물적분할)은 보유지분 100%에 대한 가치를 높게 책정받아 현금화할 수 있다. 반대로 배터리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더라도 LG화학에서 선제적으로 분리작업을 마쳤기 때문에 사업 매각이 수월해진다.


분사 후에는 전지사업부가 더 이상 화학사업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도 있다. 게다가 LG화학과 한 지붕 아래일 때는 자금 조달이 채권발행시장 위주였다면, 분할 후에는 주식발행시장에 대한 접근도 어렵지 않아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부에서 배터리에 더 이상 투자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화학부문의 입김이 이번 분사와 상장 준비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사업이 잘 되면 외부 자금 유치를 통해 LG화학의 투자 부담을 덜어낼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털어내기 쉬워진다"며 "결국, 이번 분할은 LG화학 입장에서 '배터리 사업부' 리스크를 줄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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