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와 중앙은행
무제한 양적완화 부작용 적지않아···중앙은행 중립성·독립성 훼손 안된다

[팍스넷뉴스 김광현 부회장] 경제학자 존 케인스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원인이 수요부족에 있다면서 정부가 적극적 재정지출로 새 수요를 창출하라고 주문했다. 당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그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뉴딜정책을 추진, 대공황을 잠재웠다.


반면 40여년후 밀턴 프리드먼은 1930년대 초반 1860개 은행이 파산하고, 그로인해 통화량이 31% 격감한 것이 대공황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이 은행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실패해 주식시장 붕괴와 대공황으로 이어졌다고 본것이다.


전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벤 버냉키는 프리드먼의 사상을 이어 받았다. 2002년 그는 프리드먼의 90회 생일잔치에 "당신이 옳았다. 우리는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것"이라고 축사를 했다. 실제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중앙은행이 돈을 무한정 푸는 양적완화(중앙은행 자산확대), 비우량 민간기업 회사채나 CP 등까지 사주는 질적완화(중앙은행 자산구조변경)까지 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했다.  많은 정통 경제학자들은 급격한 인플레를 우려했지만 만성적인 유동성 함정 때문에 물가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프리드먼-버냉키식 해법'은 그 이후 주류 탈불황이론이 되어 전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 경제위기 국면에서 각 중앙은행들의 돈뿌리기는 '유례없다' 할 정도로 더 확대됐다.  


원래 어느 나라든 정부는 돈풀기가 전공이다. 투표로 선출된 정부일수록 표를 의식해 돈을 마구 뿌리고 싶어한다. 이를 견제하는 곳이 한국은행같은 중앙은행이다. 이를 견제하지 못하면 돈이 마구 풀려 돈가치가 폭락하고 물가는 치솟아 경제는 엉망이 된다.   


역대 미국 Fed의장들과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같은 이들은 대통령, 총리들과의 맞짱대결도 서슴치 않았다. 현 Fed의장 파월은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무리한 금리인하요구를 꿋꿋이 버티면서 막던 인물이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코로나 경제위기를 맞자 이런 짱짱했던 중앙은행들도 이제는 두손 두발 다 든 모양새다.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더없는 밀월관계다. '중앙은행 중립성' 운운하는 얘기들은 들어본지  오래됐다.   


백척간두의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쩔수는 없다고 하나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지나친 밀월은 몇가지 심각한 부작용들도  낳고 있다. 


우선 싸게 마구 풀린 돈이 생산적 투자보다는 투기적인 곳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염려했던 인플레는 나타나지 않는 대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만 폭등하고 있다. 여기서 생긴 심각한 부작용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잘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계속 이를 방치한다면 부작용은 더 커질 것이다. 지금 당장 못하더라도 적어도 언제쯤부터는 금리인상과 긴축을 시작한다는 시그널이라도 보여주는 방법을 한국은행은 면밀히 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더 큰 문제는 무제한 양적완화가 직간접적으로 국가채무 급증과 바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지출을 늘리기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민간부문에서도 많이 매입하지만 한국은행도 적쟎게 매입한다. 특히 국채가 너무 많이 풀리면 채권금리를 올리기 때문에 금리조절을 위해 한국은행은 이렇게 풀린 국채를 재매입해 시장금리를 조절하기도 한다(공개시장조작). 즉 큰 무리없이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려면 한국은행의 직간접 협조는 필수적이다.  


작년까지 30조원대 이내에서 통제된 적자국채(세입부족을 보충하기위해 발행되는 국채) 발행물량은 올해 104조원대로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적자국채는 중앙은행이 인수하는게 보통이지만 인플레 우려가 있어 중앙은행은 인수에 소극적일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6월 3차 추경을 발표하면서 적자국채를 한은이 매입해주길 바란다는 압박성 발언까지 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매입해줄 것으로 보인다.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보면 그동안의 역대정부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자체 목표선을 40%로 잡고, 그 밑으로 타이트하게 잘 관리해왔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진 올해 40%선은 무너졌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을 보면 올해 이 비율은 43.5%, 2060년에는 81%로 치솟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렇게되자 이른바 '폭망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렇게 나라빚을 급속히 늘리다간 그리스 아르헨티나꼴 안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들이다. 반면 "너무 엄살이고, 아직은 괜찮다"는 반론들도 적지 않다. OECD 평균 110% 등에 비하면 이제 겨우 40%선을 넘었는데 유독 우리만 보수언론 등이 "곧 나라 망한다"는 식이라는 것이다. 


어느 말이 맞는가를 떠나 다같이 심각히 우려해야할 점은 국가채무의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코로나 등 경제충격에는 유연하게 대응하더라도 평상시에는 균형재정 유지에 최우선 역점을 두어야 하는데, 코로나 이전 지난 3년간을 돌아보면 그러지 못했다. 선심예산 등 예산낭비 요소들도 너무 많다. 


근본대책의 하나로 재정준칙의 제정을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해야 할 때라고 본다. 재정준칙이란 재정적자나 국가채무가 일정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아예 법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독일과 스위스는 헌법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법률로 각각 재정준칙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들부터가 "재정운용의 경직성을 심화시킨다"며 반대입장이라고 한다. 아직은 여력이 있으니 나랏돈을 좀더 화끈하게 써보자는 심산일까? 


OECD는 아직 국가채무비율 60%, 재정적자 3%이내 유지를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제기구나 학계에선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국가채무 규모의 임계치를 대체로 60~90%로 보고 있다고 한다. 올해 44%라는 수치는 먼훗날 얘기라고 낙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걸 보여준다.   


또다른 문제로는 약화된 중앙은행의 위상이 정치적으로 더 악용될 가능성도 적지않다는 점이다.  제로금리 영구국채를 다량 발행, 서민지원 등에 쓰고 이 국채는 한국은행이 인수토록 하자는 어느 정치인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기왕 뿌린 돈인데, 더 뿌리면 어떠냐는 얘기다. 한국은행과 학계에선 이런 주장이 정말 현실화될 경우 한국 특유의 경제시스템은 송두리채 흔들릴 것으로 우려한다.  


몇가지 논란들에서 보듯 중앙은행의 임무나 위상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같은 경제위기에선 어쩔수 없다하더라도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한국은행부터 빨리 제자리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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