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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된 씨티銀
양도웅 기자
2020.09.24 08:29:30
박진회 전 행장의 '어정쩡한 구조조정' 후폭풍···'​​비전 잃고 노쇠화'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3일 06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양도웅 기자] 갑작스러운 사퇴였다. 지난달 14일 한국씨티은행이 2020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박진회 행장의 사임 소식이 이어졌다. 올해 10월27일까지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않고 8월31일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것이었다. 

사임 사유를 밝히지 않은 탓인지 언론에선 추측성 기사가 쏟아졌다. 가장 많이 언급된 사유는 반토막 난 실적. 씨티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8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2% 감소했다.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본점 매각 이익이라는 일회성 요인 소멸 등을 고려해도 눈에 띄는 감소 폭이다. 


'실적 때문에 떠난다'는 숱한 기사들이 신경 쓰였는지, 박 전 행장은 퇴임하며 직원들에게 짤막한 변(辯)을 전했다고 한다. 실적 때문은 아니라고, 실적은 양호한 편이라고···. 그렇게 볼 수 있다. 판매관리비와 기타손익 등을 차감하기 전인 순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537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을 뿐이다.


하지만 박 전 행장이 떠난 지금, 그의 사퇴 사유보단 그가 만 6년 가까이 이끈 씨티은행의 현주소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씨티은행의 민낯을 볼 수 있고, 또 그래야 씨티은행이 진화할 수 있다.


'박진회 시대'를 말하며 '대규모 점포 감축'은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10월 박 전 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취임 첫 이메일에서 '구조조정은 헛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3년 만에 이 말을 뒤집었다. 그는 2017년 하반기에 전국 영업점 134개를 44개로 줄였다. 국내 은행권 구조조정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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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행장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디지털 전환의 시급함 등을 구조조정 이유로 꼽았다. 그러면서 씨티은행의 디지털 경쟁력을 인터넷전문은행(인뱅)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마침 그때는 카카오뱅크 등 현재 전통 은행들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인뱅들의 탄생 시기이기도 했다. 


문제는 미약한 점포 감축 효과였다. 씨티은행의 순이익과 수익성은 2018년 말 정점을 찍고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판매관리비도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4년 말 3%대였던 씨티은행의 예수금 시장 점유율은 2019년 말 1%대로 뚝 떨어졌다. 대출금 시장 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규모 점포 감축이 효율성을 높이지도, 인뱅 따라잡기 전략이 점유율을 높이지도 못한 셈이다.


노쇠화도 심각해졌다. 점포수는 크게 줄였지만, 신입행원 공채와 희망퇴직제를 실시하지 않으면서 직원 평균나이는 45세를 훌쩍 넘기게 됐다. 부서 중엔 10년차 (이상) 직원이 막내급인 곳이 있을 정도다. 직원 수도 3500여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진취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뽐내던 씨티은행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미래가 안 보입니다. 새로운 행장은 꼭 직원들에게 비전을 보여줬음 해요." 최근 만난 한 씨티은행 직원이 씁쓸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건넨 심정이다. 박진회 전 행장과 씨티은행이 추진한 '어정쩡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무엇일까. 씨티은행은 새로운 싹(미래)이 없는 황무지(荒蕪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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