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도 막혔는데...시름 깊은 완성차업계
코로나19 여파 생산차질 속 노조와 파열음 마저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완성차업계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버팀목 역할을 하던 내수마저 위축됐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임금협상 등을 놓고 곳곳에서 노조와 마찰이 빚어지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차질 문제 등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이 연이어 발목을 잡고 있다.


2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판매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쌍용차·르노삼성차의 8월 판매량은 총 57만3279대로 전년대비 10.5% 감소했다. 수출이 46만143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2만2371대)보다 11.7% 줄면서 연초 이후 판매 위축이 지속됐다. 


문제는 각종 신차 출시와 적극적인 프로모션 등을 기반으로 수출부진의 공백을 메웠던 내수판매도 감소했다는 점이다. 완성차 5개사의 지난달 내수판매는 11만1847대로 전년(11만8479대) 대비 5.6% 쪼그라들었다.


내수마저 고꾸라지면서 판매회복에 주력하기도 바쁜데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차질까지 발생했다. 현대차와 함께 국내 완성차업계를 대표하는 기아차는 주요 생산시설인 소하리공장의 가동이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전면중단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약 11명가량 발생하면서다.  


지난 1973년 설립된 기아차 소하리공장의 면적은 축구장 71배 크기에 달하는 15만평으로, 기아차 연간 총 생산의 10%인 32만대를 책임지고 있다. 생산차종은 'K9' '카니발' '스팅어' 등이다. 근무인원수는 5800명으로, 기아차 총 인원의 15%에 해당한다. 


최근 신형 카니발과 스팅어를 출시한 기아차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나 기아차가 6년 만에 선보인 4세대 카니발은 사전계약이 약 3만2000대로 지난해 카니발 연간 판매량(6만3706대)의 절반 이상을 웃도는 등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던 탓에 자칫 이번 사태가 확대될지 여부에 불안감이 크다. 


앞서 인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차질을 경험한터라 더욱 그렇다. 기아차는 지난 3월부터 약 2개월간 인도공장을 가동중당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인도시장에서 1대도 판매하지 못했다. 2분기에는 약 8000대 판매에 그쳤다. 


임금협상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노조와의 마찰도 완성차업계의 부담이다. 노조와 가장 크게 부딪히는 곳은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GM)이다.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사측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측의 요구를 쉽사리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최근 사측에 대한 압박력을 높이기 위해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했다. 비록 약 61%의 찬성률로 금속노조 가입에는 실패했지만 임금협상 등을 놓고 사측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7월6일 상견례 뒤 이달 17일까지 6차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조의 지속적인 교섭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교섭지연으로 본교섭을 지연하고 있다"며 "사측이 본교섭을 거부한다면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측은 노조와의 진통이 길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르노삼성차의 지난 2019년 임금협상이 해를 넘긴 올해 4월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앞서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 4월 19차 임금 협상 본교섭에서 ▲기본급 동결 보상 격려금 200만원 ▲'XM3' 성공 출시 격려금 200만원 ▲임금협상 타결 격려금 100만원 ▲매월 상여기초 5%의 공헌수당 신설 ▲임금피크제 수당 적용 제외 항목 확대 등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도출한 뒤 2019년 임금협약을 마무리했다.


르노삼성차는 수출을 전담했던 '로그(ROGUE)'의 대체물량을 찾는게 급선무인데 거듭되는 노조와의 파열음에 고심이 크다. 르노삼성차는 일본 닛산과 위탁생산계약을 맺고 지난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부산공장에서 닛산의 크로스오버차량인 로그를 생산해 수출해왔다. 로그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등 르노삼성차 생산량의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차는 계속되는 노조와의 마찰로 인해 르노 본사로부터 차기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신형 'XM3'로 로그의 공백을 채우려는 계획인데 지속되는 노조이슈에 르노 본사는 아직까지 후속 물량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않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로 내수와 수출 개선에 나선 한국지엠(GM)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국내외 판매가 2만7747대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한 판매반등이었다. 그 배경에는 '트레일블레이저'가 자리한다. 트레일블레이저를 중심으로 RV수출이 9778대에서 1만7008대로 73.9% 늘어나면서 한국지엠의 지난달 수출은 2만1849대로 전년 대비 20.7% 증가했다. 내수판매는 5898대로 전년 대비 8.0% 감소했지만, 트레일블레이저를 포함한 RV 판매는 2588대로 전년(1213대) 대비 113.4% 증가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한국정부, 산업은행과 함께 지난 2018년에 발표한 미래계획(향후 5년간 15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 출시)의 일환으로 국내 생산을 약속한 모델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한다. 사측은 노조가 임금협상 관련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7월 말부터 이달까지 사측과 10여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413만8034원)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투쟁을 선언하며,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 확보를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노조는 조합원을 상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80%의 찬성을 구했다. 만약 중노위가 '조정중지'를 내리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한다. 앞서 노조는 교섭 10개월 만인 지난해 4월 임금동결로 2019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올해 협상에서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핑계로 조합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이 전가됐다"며 "주요 요구사항을 차질 없이 준비해 올해 협상에서 만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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