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지배구조 개편
삼성 '반면교사', 합병→분할로 선회
⑥유화부문 '투자 확대' vs 건설부문 '자체사업 축소'···중기 마스터플랜 '일사분란'


[팍스넷뉴스 김진후 기자] 대림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종전의 지배구조 이슈들과 다른 특이점을 갖는다. 기존에는 합병 중심으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를 강화했다면 대림그룹은 분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업계는 일사분란한 대림그룹의 행보를 장기간에 걸친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대림그룹은 전격적인 기업 분할을 위해 사업부별 기업가치를 조정하고 M&A 전문가를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 배경에는 지배구조 이슈로 홍역을 치룬 여타 기업집단의 전례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화부문 '투자 확대' vs 건설부문 '자체사업 축소' 


업계에선 대림그룹이 이번 기업 분할 작업을 위해 다년간 공을 들여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화부문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한 반면, 건설부문의 자산은 지속적으로, 그렇지만 천천히 줄여왔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3월 들어 미국 크레이튼사의 카리플렉스 사업을 인수했다. 총 인수금액 5억3000만달러(한화 약 62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큰 투자였다. 7월에는 약 600억원을 투자, 브라질 소재 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 군불을 떼 온 2조원 규모의 에탄크래커 공장 인수도 유화사업 가치 상승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다. 미국 천연가스 개발업체인 윌리엄스파트너스가 보유한 루이지애나주 가이스마 올레픈 공장의 지분 88.5%를 인수하는 내용이었다. 비록 인수에 실패하긴 했지만 투자 규모를 볼 때 유화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달리 건설부문은 올 상반기 기준 85%의 높은 매출 비중에도 불구하고 유독 투자가 드물었다. 대부분의 매출이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나 도급사업에서 발생했다. 


주택경기가 호황을 보이면서 경쟁 건설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택지 매입에 나섰지만 대림산업은 요지부동이었다. 10년간 택지매입이 거의 없었다. 현재 진행 중인 자체개발사업장은 4곳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28조1614억원의 도급계약 중 자체개발사업은 1조5600억원(5.5%)에 불과하다. 수주잔액 기준으로도 전체 14조9282억원 중 7903억원(5.3%)에 지나지 않는다.


자체개발사업은 공사 마진뿐 아니라 부동산 분양을 통해 거액의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등 신흥 건설사들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자체개발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10년간 미착공 상태로 남아있는 오산세마1구역을 필두로 자체사업을 극도로 자제하는 행보를 보였다. 리스크 관리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과적으로 대림산업 건설부문의 자산가치 절하로 이어졌다. 


◆이준우 취임후 '분할·매각 작업' 본격화


또 다른 퍼즐조각은 지난해 12월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준우 부사장의 존재다. 일각에선 이해욱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의 적임자로 그를 낙점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부사장을 촉매제로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개편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7월 브이엘삼일에 대림C&S 보유지분 50.81%를 719억원에 매각하며 비주력사 정리를 시작했다. 자산가치 437억원 규모의 대림오토바이도 매각예정 자산목록에 올려놓은 상황이다. 비주력 사업 정리는 대림산업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주주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내용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6월 대림코퍼레이션에 합류한 후 7개월 만에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전권을 움켜쥐었다. 1960년대생 임원들이 즐비한 대림에서 1975년생이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는 회사의 대표에 오른 것이다. 


이 부사장은 LG전자 출신으로 ▲STX그룹 상무 ▲대림산업 경영기획담당 상무 ▲LS 사업조정부문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특히 STX와 LS에서 굵직한 기업 분할과 사업구조 재편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만은 피한다"


일각에서는 대림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구상을 놓고 삼성의 합병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삼성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합병이 아닌 분할로 방향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기업 분할 과정에서 적용하는 분할비율 산정은 합병비율 산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덜하고 비판의 여지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핵심 임원들은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합병비율 산정 등 여러 이슈들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검찰은 삼성측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다.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도 이번 정권 들어 이재용 부회장 못지않게 견제의 대상이 됐다. 총수 일가의 글래드호텔 상표권 편취 문제에 더해 '갑질 논란'이 따라 붙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해욱 회장이 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사실상 자충수에 가깝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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