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불안한' 투심 양극화 가속
기관자금 한계 속 빅딜 등 인기 종목 선별 투자 극심…투기성 청약 탓 상장 길 막히나


[팍스넷뉴스 전경진 기자]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투심(투자 심리)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 수가 많아졌지만 기관들의 자금 운용 여력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반기중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큰 투자 차익이 기대되는 빅딜들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관들의 선별적 청약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반짝' 단기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종목에만 투심이 편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칫  공모주 투자가 아닌 '투기'로 시장 분위기가 흐를 경우 특정 기업의 몸값에는 '거품'이 끼는 반면 탄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IPO에 실패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넥스틴는 현재 주관사인 KB증권과 상장을 '강행'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21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기대와 달리 저조한 탓이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데다 남은 일정인 일반 청약에서 자칫 실권주가 발생할 우려도 있는 만큼 IPO 완주를 고민하는 것이다. 통상 IPO 시장에서 일반투자자들의 청약 열기가 기관 수요예측 결과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지는 않은 상황이다. 


IPO를 철회한 기업도 등장했다. 친환경 조선기자재 개발업체 파나시아가 수요예측 부진 속에서 21일 공모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지난 3월 엔에프씨가 투심을 이끌지 못하며 IPO를 전격 중단한 지 5개월만이다. 


일부 기업들의 잇단 IPO 부진은 최근 공모주 시장이 상황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당장 이달초 IPO를 진행한 비나텍만 해도 기관 수요예측에서 10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수요예측에 나선 5개 기업중 4곳은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모주 시장 역시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공모시장내 '큰손'인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집행 여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와 같은 빅딜에 이미 투자를 집행한 데다 주식의무보유확약(보호예수)까지 최대 6개월까지 설정돼 있어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한정됐다는 설명이다. 


유가증권(코스피)과 코스닥 지수가 주춤하면서 공모주 투자 차익 실현에 실패한 점도 기관들의 자금 여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며 이른바 자금이 '물리는' 일을 겪은 탓이다. 지난 8월 이후 상장한 기업 중 비비씨(공모가 대비 27.36% 하락), 핌스(12.37%), 압타머사이언스(2.2%), 아이디피(1.02%),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4.62%) 등은 모두 공모가 대비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기업들의 자금 집행 여력은 떨어지고 있지만 연내 IPO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이 여전히 많은 점도 투심 분산을 가중시키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조단위 시가 총액이 예상되는 오상헬스케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디앤디파마텍 등 '빅딜'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도 기관들의 선별적 청약 참여를 부추긴다. 


일각에서는 청약 편중이 지나치게 단기 차익을 낼 수 있는 기업들에 집중되며 일부 기업의 몸값에 거품이 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향후 거품이 꺼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만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의 경우만 해도 적정 주가가 3~4만원으로 예상됐지만 상장 직후 주가는 8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거품이 꺼지자 상장 후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주가는 5만원대로 폭락했다.


일부 종목에 편중된 투기성 청약은 '알짜' 기업들의 상장길이 막는 연쇄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모주 시장은 기업의 내재 가치나 사업 전망을 보고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탕'을 노린 투기가 일어나는 모습"이라며 "제조업이나 전통 산업 영역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인기'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받을 경우 상장을 통해 제의 2성장을 도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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