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잠시만 머물러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장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으나,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대부분 앞 뒤 문장 하나 없이 사진 한 장과 함께 덩그러니 적힌 저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초록색 검색창에 도움을 청했다. '혜자'의 국어사전 풀이는 삼국시대 어느 한 승려의 법명이라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요즘 신조어라 하니 줄임말을 잘 쓰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유추해 봤지만, 정확한 의미는 도무지 감조차 오질 않았다. 

알고 보니, '혜자스럽다'는 편의점 도시락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배우 김혜자 씨의 사진이 세겨진 특정 도시락이 많은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의 인기를 사면서 이같은 단어가 탄생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 단어는 이제 도시락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듯 하다. 어떤 상품이 가격 대비 효율성이 높다면, 우리는 넌지시 외친다. "완전 혜자스럽네."

언제부턴가 게임에도 '혜자'란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소위 '혜자 게임'이라 불리는 타이틀은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기 마련이었다. 혜자 게임은 향후 출시될 신작 타이틀을 평가하는 냉정한 잣대로 작용해 왔다. 이용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신작 게임들을 해보며 혜자 여부를 판단했다. 

혜자 게임 반열에 오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기존 혜자 게임을 더욱 뛰어 넘는 가성비를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이용자들에게 혜자스러움을 인정 받는다면, 해당 신작은 게임사들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용자들의 안목이 높아진 탓일까. 혜자 게임하면 떠오르는 타이틀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랜 세월 게임을 꾸준히 해 온 지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 뻔하다"란 말 뿐이었다. 게임 개발자로선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다. 길게는 수년간 애정을 담아 만들어 낸 작품이 '뻔한 게임'이란 평가를 받는다면, 씁쓸한 뒷맛이 남지 않을까. 다만 요즘 신작들이 뻔한 게임이라는 그의 주장도 다소 수긍이 가는 부분이었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은 바야흐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대다. 몇 년전부터 이같은 추세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타 장르 게임 대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매출 기준 시장 상위권에 위치한 작품들은 MMORPG가 대부분이다. 후발 주자 타이틀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선출시된 성공작들을 벤치마킹해야 했다. 반면 이용자로선 비슷한 스토리 전개 및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상당한 과금 시스템에 싫증이 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이용자들이 말하는 '혜자 게임'은 비단 저렴한 과금 체계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사의 운영 능력 ▲퀄리티(품질) ▲게임 육성 난이도 ▲캐릭터 밸런스 등 다양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과금 체계가 심하다 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이용자들이 시간 투자와 비례해 만족도가 높다면 그 게임은 혜자로 불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매년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게임 중 혜자라는 칭호를 받는 타이틀은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게 현실이다. 뻔해져 버린 신작들로 인해 게임사들이 이용자들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탓이다.

이용자들은 말한다. 기존과 다른 새로움이 절실하다고. 다만 그 새로움은 별 게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수익성에 치중한 나머지 언제부턴가 등한시된 작품의 진정성이 아닐까. 이용자들이 직접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게임사들이 신뢰를 보여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