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관계'로 얼룩진 인프라사업 계급도

[팍스넷뉴스 김진후 기자]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스트럭쳐 건설사업은 핏줄과 같다. 국가 기간시설이 도로와 이어지면 비로소 사람과 물자가 흐르고 산업이, 국가가 기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은 연간 이용객수가 29억명으로 세계 5위권을 다툰다. 아침저녁으로 몸을 싣는 지하철이 없었다면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중요성만큼 사업비도 거대하다. 하나의 도로, 철도를 깔기 위해 들이는 돈은 조 단위를 쉬이 뛰어 넘는다. 중요성을 인식해서인지 대표적인 정부 자본인 KDB산업은행이 곳곳의 주요 사업마다 출자를 담당하고 있다.


다만 사업의 중요성에 비해 암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SOC 관련 공약이 벽을 메우지만 개중에 현실성 있는 사업은 드물다. 제도적으로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특히 공공성을 띠는 사업은 높지 않은 운임 요금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인다. 비용 회수도 어려운 구조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의정부 경전철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예상 운임수익이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등 근본적으로 잘못된 사업 설계가 실패 원인이었다. 건설투자자는 수차례 자금보전을 쏟았지만 결국 개통 5년만에 운영사는 파산했다. 협약에 따라 의정부시가 직접 운영을 맡은 뒤 자금재조달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자체가 손실보전을 결정하며 세금 낭비 비판도 뒤따랐다.


피해는 비단 유권자나 정부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운영관리를 담당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경우 희생자는 단연 건설사다.


건설사 인프라팀 사이에서 내려오는 고언(苦言)이 있다. "인프라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은 무관심한 정부, 이기적인 대주단, 무능한 건설사의 합작으로 이뤄진다"는 것.


고언은 먼저 정부의 무관심을 꼬집는다. 이는 관리감독 능력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인프라사업구조를 설계하는데 관여하는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1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중 손실 여부와 직결되는 재무관리 담당자는 단 세 명 뿐이다. 모든 사업을 속속들이 검토하기도, 관장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공공성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사업의 갑(甲) 중 갑이 무관심하다는 것은 어딘지 이상하다.


'이기적인 대주단'은 어떤가. PF사업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은 사업 자금을 충당하는 금융사 중심의 대주단이다. 다만 단순히 이득을 본다고 대주단을 이기적이라 폄훼하긴 어렵다. 실제와는 별개로, 이러한 평가는 PF구조의 설계자가 대주단이라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대주단이 설계권을 쥐면서 모종의 권력관계가 탄생한다. 대주단은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가장 먼저 취할 권리를 갖는다. 


대주단 업무를 총괄하는 대리은행은 대출 이자에 더해 수수료로 수십억원을 벌어들인다. 수수료는 ▲투자자 모집에 대한 주선 수수료 ▲운영 노무에 대한 대리은행 수수료 ▲출자 금액에 대한 기회비용 격인 약정수수료로 나뉜다. 특히 약정수수료는 전체 출자금의 0.3% 수준으로, PF대출금이 5000억원이라면 건설사는 대출 이자와 별개로 15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무대에서 건설사는 사실 무능력하다기보다 무력하다. 자본을 출자하고 시공에 참여하는 사업이라면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예상 손실을 미리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럴 발언권도, 협상력이 발휘될 여지도 적다는 것이다. 협상권을 갖는 건설주간사는 위로는 '갑'인 대주단에게, 아래로는 여타 건설사들의 질타에 시달린다. 건설주간사가 그러니 일반 건설사는 오죽하겠는가. 일방적인 희생에 건설사는 을로, 병으로 전락한다.


요약하면 인프라 사업에서 건설사의 입지는 '잘해야 중박'이다. 시공비는 받을지 몰라도 자금보충약정으로 많게는 수백억원을 더 쏟아 부어야 한다. 수익구조를 재편하는 사업재구조화를 꿈꾸지만 번번이 국토부로부터 퇴짜를 맞는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새로이 뉴딜펀드·인프라펀드를 추진 중이다. 같은 희생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고언이 말 뿐으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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