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한국지엠, 노조 쟁의권 확보에 고심
실적 악화 속 '트레일블레이저' 판매회복세 꺾일까 우려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한국지엠(GM)이 노동조합의 쟁의권 확보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에 직면했다. 사측은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자칫 최근의 판매회복세가 꺾이면서 실적이 악화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한국지엠 노조가 제기한 노동쟁의조정신청과 관련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노조는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쟁의행위란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로 파업, 태업 등이 이에 속한다.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해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앞서 노조는 조합원을 상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80%의 찬성을 구했다. 중노위가 '조정중지'를 내리면서 노조는 파업카드를 무기로 사측을 압박할 수 있게 됐다. 


한국지엠 노조는 교섭 10개월 만인 지난 4월 임금동결로 2019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올해 협상에서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핑계로 조합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이 전가됐다"며 "주요 요구사항을 차질 없이 준비해 올해 협상에서 만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7월 말부터 이달까지 사측과 10여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413만8034원)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실적을 토대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노조는 당장 파업 등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입징이다. 노조 관계자는 "추석 연휴 이후 사측과 재교섭에 나서기로 했다"며 "향후 경과를 지켜본 뒤 파업 등의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업황이 침체된 가운데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중심으로 내수와 수출반등에 나서는 상황에서 자칫 판매위축과 실적악화가 계속될 우려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국내외 판매가 2만7747대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한 판매반등이었다. 그 배경에는 '트레일블레이저'가 자리한다. 트레일블레이저를 중심으로 RV수출이 9778대에서 1만7008대로 73.9% 늘어나면서 한국지엠의 지난달 수출은 2만1849대로 전년 대비 20.7% 증가했다. 내수판매는 5898대로 전년 대비 8.0% 감소했지만, 트레일블레이저를 포함한 RV 판매는 2588대로 전년(1213대) 대비 113.4% 증가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한국정부, 산업은행과 함께 지난 2018년에 발표한 미래계획(향후 5년간 15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 출시)의 일환으로 국내 생산을 약속한 모델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한다. 한국지엠은 국내 시장 점유율 회복과 수익성 개선을 추구하는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선도차로 내세웠다.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뒤 이러한 효과를 보고 있지만, 노조와 임금협상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에 다시 직면하게 된다.  


한국지엠은 내수시장 판매부진과 수익감소에 장기간 허덕이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총 7만6471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9만3317대) 대비 18.1% 감소한 수준이다.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최하위다. 노사갈등 속에 수차례 파업(부분파업 포함)이 벌어진 르노삼성차보다도 1만대 가량 밑돌았다. 


실적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2014년 1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줄곧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15년 5900억원, 2016년 5300억원, 2017년 8400억원에 이어 2018년 6100억원, 2019년 3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 규모 역시 3300억원→9900억원→6200억원→1조1600억원→8600억원→3200억원에 달했다. 2006년(10조4300억원)부터 줄곧 매출 10조원대를 유지하던 흐름도 지난 2018년 13년 만에 깨졌다.


사측은 "하반기에 생산에 집중해야되는데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품수급 문제로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이 지난 5월과 6월 고전하다가 7월부터 해소돼 반응이 좋은 미국시장으로의 수출 기대가 컸는데 노조 이슈로 불확실성이 확대돼 고민이 많다"고 푸념했다. 


앞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연초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SUV '트랙스'와 유사한 연간 20만대 생산이 이뤄질 계획"이라며 "회사 정책상 판매목표를 비공개하지만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여유 있는 생산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던 상황이다. 앞선 관계자는 "노조와의 재교섭에서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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