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쟁점
통합 삼성물산, 합병시너지 셈법은?
⑩장기적 기업가치 상승 효과 달성…유죄 판결시 타기업 '경영활동 위축' 불가피
검찰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1명을 기소한 사건은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을 넘어 국내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에도 큰 파장과 후폭풍을 가져올 메가톤급 사안이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인 팍스넷뉴스는 향후 검찰과 변호인단이 다툴 공소사실의 핵심 쟁점에 대해 금융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미리 살펴본다.


[팍스넷뉴스 김동희 기자] 통합 삼성물산은 결과론적으로 2015년 합병 당시 예측한 기대효과를 얻지 못했다. 2020년까지 달성하겠다던 매출과 이익 목표는 현재로선 언감생심이다. 주가도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합병신주 배정기준일(2015년 9월 1일) 종가인 17만원 보다 높았던 적이 거의 없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검찰이 보는 단순 논리에 국한된 해석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시너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이 악화되고 각종 소송 등으로 정상적 기업 경영활동에 나서기 힘든 상황에서도 통합 삼성물산의 순자산가치는 이전보다 150% 이상 확대됐다. 각 부문별 사업경쟁력도 개선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바이오 사업이 순항하면서 미래 기업가치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검찰 기소내용대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만을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 보기에 무리수가 따른다는 것이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법원의 이번 재판은 재계에 다양한 의미를 남길 전망이다. 기업의 경영활동과 의사결정이 어느 수준까지 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 기업이 투자자의 정보 비대칭 문제 해소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 정보공개에 나서야 하는지 등이 이재용 부회장 기소의 여러 쟁점과 함께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다.    


◆ '매출 60조·세전익 4조 달성 실패' vs '순자산가치↑+사업경쟁력 강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015년 합병 당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오는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 달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건설부문 외에 사업영역이 대부분 달랐지만 건설사업 효율화와 바이오사업, 신사업 추진 등으로 합병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였다. 구체적 수치는 각 사업부문별 경영 목표치를 합산하고 일부 시너지 효과를 반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너지 효과로만 6조원 안팎을 기대했다.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지 5년이 흐른 현재 목표한 합병 효과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연간 실적 발표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보면 매출은 연간 30조원, 세전이익은 1조6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리한 소송과 법적다툼으로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려웠던데다 설상가상 미·중 무역분쟁에 뒤이은 코로나19 여파까지 한치 앞조차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당시 합병을 위한 투자자들의 결집을 위해 목표치를 다소 높게 책정한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 역시 마찬가지다. 합병 이후 단기적으로 기준 가격인 15만9294원을 웃돌긴 했지만 이내 하락해 현재는 주당 10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통합 삼성물산의 순자산가치는 크게 증가했다. 합병 직전(2014년) 두 회사의 순자산가치는 합산기준 18조7319억원이었지만 올 6월말 순자산가치는 25조2494억원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주식가치가 시가로 반영되지 못한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가치까지 더하면 통합 삼성물산의 순자산가치는 46조 6719억원까지 급증한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가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11월 증시에 상장해 시가 계산이 가능한 상태다. 지난 24일 기준 시가총액은 44조5290억원이다. 삼성바이오 보유 지분 가치만 20조원에 육박한다. 


합병 초기 밝혔던 매출과 이익 목표치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순자산가치가 괄목할 수준으로 높아진 만큼 2015년 선언했던 합병 시너지가 헛된 구호가 아니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매출과 순이익 등은 글로벌 경제상황과 업황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기업의 지속 성장 가늠자는 해당 기업의 순자산가치 증가 여부로 판가름하는 것이 옳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용이라는 시민단체발 검찰 주장이 다소 옹색한 논리로 보이는 대목이다.  


사업 부문별 경쟁력도 제고됐다. 도급순위 1위인 건설부문 매출은 2015년 5조8427원(제일모직 건설실적 포함)에서 2019년 11조6523억원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영업손익도 774억원 적자에서 5396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상사부문 매출은 3조5969억원에서 13조8616억원으로, 바이오 매출도 539억원에서 7015억원으로 몰라보게 커졌다. 리조트와 급식사업 역시 더디긴 하지만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패션부문 실적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주가만을 기준으로 합병 당시 주주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합병 후 자산가치 증가나 사업경쟁력 강화 등으로 기업가치도 그만큼 제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소송, 장기전 전망…유죄시 기업 경영활동 위축 가능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오로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만을 위해 결정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2년 승계 계획인 프로젝트-G(Governance)를 완성하고 이재용 부회장과 그룹 미래전략실이 조직적으로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는 것이 골자다. 기소 쟁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승계만을 목적으로 무리합게 합병했는지 ▲합병비율 산정은 적정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허위공시 등 조직적 부정거래가 있었는지 등으로 요약된다. 


검찰이 기소한 혐의가 이재용 부회장 측의 입장과 대치하는 만큼 법정 다툼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최소 5년은 지나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검팀을 비롯해 삼성그룹도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임직원들은 이미 김앤장, 태평양, 화우, 세종 등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 혐의는 내용이 복잡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아 사건을 이해하고 파악하는데만도 꽤 오랜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약 5~7년의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판결의 의미도 특별하다. 정상적 기업 경영활동을 법적으로 어디까지 용인하는지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대다수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면 현대차, SK, 한화 같은 대기업은 물론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까지도 사업구조나 지배구조 개편 활동에 영향 받을 수 있다. 특히 인수합병(M&A), 사업분할, 투자 유치 등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활동이나 사업구조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투자자를 위한 정보제공 의무가 강화되면서 일선 IR 활동에서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신규 사업 진출 시도나 기업 M&A 초기 검토 단계부터 확정되지 않은 정보가 공개될 경우 이를 활용해 주가를 움직이려는 잘못된 시도가 생길 수도 있다. 자칫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하는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 현재는 본계약 체결시에만 관련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생긴다.  


미래 청사진에 중점을 둔 기업의 각종 IR 활동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사업 전망보다 현재의 사업 위험이 무엇인지에 치중한 기업 설명회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을 더욱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 결과에 따라 기업인의 경영판단을 위축시킬지 아닐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공소장대로라면 기업인의 활동 범위가 크게 위축돼 정상적 경영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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