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등 외국계 은행 고배당 막을 근거 없다
순익 근거한 배당금 산정 규제안 필요성 대두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금융감독원이 한국씨티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씨티은행의 고액 배당에 대한 언급없이 기관 과태료 6억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씨티은행은 2018년 회계 결산 이후 당기순이익의 3배가 넘는 9341억원을 지주사인 씨티그룹에 송금(배당)하면서 금융권뿐 아니라 정치권으로부터도 국부유출 시비 등 상당한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은 최근 진행된 씨티은행의 경영실태 평가에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현행법으론 은행의 배당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국내 시중은행에 대해 중간배당을 자제할 것을 적극적으로 압박한 것과 상반된 조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씨티은행에 ▲기관주의 ▲기관 대상 과태료 6억1250만원 부과 ▲임직원 2명 대상 과태료 10만원 부과 ▲자율처리 필요사항 등의 제재 조치(문책 조치)를 취했다. 이번 제재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진행한 경영실태평가에 따른 것이다. 


제재 근거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씨티은행은 2017년 1월2일부터 2018년 12월28일까지 58개 기업과 거래하면서 해당 기업의 실적 등을 고려해 설정한 거래한도를 넘어서는 규모의 외환파생상품을 판매했다. 일종의 불완전판매를 진행한 셈이다. 이에 금감원은 씨티은행에 외환파생상품 거래 담당자가 기업의 연간 거래한도를 임의로 입력하는 등 내부통제가 미흡하므로 자체 점검과 제3자 검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관련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이번 제재안과 경영개선사항에 논란이 됐던 고액 배당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씨티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 착수한 2019년 상반기는 씨티은행의 고액 배당 이슈가 크게 불거졌던 때"라며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도 씨티은행 고액 배당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고, 금융권 안팎에서도 관심을 가진 사안인 만큼 금감원이 어떤 입장을 내주길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을 포함한 외국계 시중은행의 고액 배당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다른 시중은행들이 매년 배당 규모를 꾸준히 늘려가면서도 배당성향은 20~40%대에 그친다. 반면 씨티와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주주 은행들은 당기순이익규모를 뛰어넘는 고배당 성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씨티은행이 배당을 통해 본국으로 송금한 액수만 1조원을 넘어선다.   


특히 2018년 씨티은행은 중간배당을 포함해 총 9389억원을 지주사인 COIC(Citibank Overseas Investment Corporation)에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303.4%. 당기순이익의 3배가 넘는 규모다. COIC는 씨티은행 지분 99.98%를 보유한 씨티그룹 계열사다. 2011~2019년 씨티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은 80%를 넘어선다. 매년 벌어들인 현금 대부분을 배당했던 셈이다.


<참고=각 사 사업보고서>


SC제일은행은 지난 2019년 6550억원을 지주사인 SC NEA Limited에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208.31%로, 당기순이익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지주사에 지급했다. SC NEA Limited는 SC제일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SC그룹 계열사다. SC제일은행은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794억원, 28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수천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상법과 은행법에서 규정한 범위 내에서 배당을 했다면 얼마를 지급하든 지적할 수 없다"며 "(과거) 배당금 산정 절차를 잘 준수하라는 내용의 개선사항을 각 은행에 전달한 적 있지만, 이 또한 배당금 규모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상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순자산에서 ▲자본금 ▲배당기까지 적립된 자본·이익준비금의 합 ▲배당기까지 적립해야 할 이익준비금 등을 공제한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배당할 수 있다. 은행법에서도 BIS자기자본비율이 8%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배당에 제한을 둘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올해 6월말 BIS자기자본비율이 각각 18.97%, 15.19%이고, 미처분이익잉여금이 각각 2조462억원, 1조4999억원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들 은행들이 당기순이익과 무관하게 수천억원을 배당해도 제한할 수 없는 셈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당기순이익의 몇 배를 배당해도 막을 근거가 전무한 게 현실"이라며 "외국계 시중은행들의 고배당 이슈가 터질 때마다, 금융권 안팎에서 미국·호주 등처럼 당기순이익에 근거해 배당금을 산정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최근 4개 분기 순이익 합계로 배당금을 충당할 수 없는 경우, 해당 금융회사는 배당을 취소또는 이연·삭감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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