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유통 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돼 안전·유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백신 개발사들의 자체 실험에서는 한달 이상 상온에 노출돼야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 변성은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척도다.
25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최근 한 제보자로부터 독감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백신을 운송하는 냉장차가 백신을 지역별로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는 것. 규정상 독감 백신은 보관과 운송 모두를 냉장 상태에서 하게 돼 있다. 현재 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상온 노출 백신 등에 대한 안전성과 효능을 검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고, 이는 백신 효과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백신을 접종해도 예방 효과가 없는 일명 '물백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내외 백신 개발 연구자들은 단백질이 변성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입장이다. 개발사들은 백신 개발·생산 이후 안전·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상온보관 실험이다. 25℃ 이상의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백신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때 개발사들은 날짜별로 단백질 변성 여부를 살피게 된다.
구체적인 실험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독감 백신의 경우 통상 25℃ 이상의 조건에서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지나야 단백질 변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개발·생산 등의 경험이 있는 한 전문가는 "백신 개발사들은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이외에도 상온 보관 실험도 진행한다"며 "해당 실험에서는 상온에서 평균 한 달 이상 노출돼야 단백질 변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독감 사백신은 25℃에서 2∼4주, 37℃에서 24시간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며 "보건당국의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품질 저하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감 백신이 냉동차를 벗어나 운송된 시간은 1시간, 현실적으로는 10분 내외라고 한다"며 "물론 보관 규정대로 잘 지키기 못한 유통업체의 잘못이 크지만 필요 이상으로 공포심이 확산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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