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재석 기자] 미래에셋대우(AA)가 올 상반기 계획했던 두 건의 인수합병(M&A)이 모두 무산됐다. 상반기에만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이 깨지며 미래에셋대우(이하 미래에셋)의 투자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에는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용평가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시국에 호텔·항공기업의 인수 무산은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효과를 낳았다며 향후 보증금 반환 소송에 따른 분쟁결과를 중점으로 모니터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미래에셋은 다자보험(전 안방보험)이 내놓은 미국 내 15개 고급호텔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인수금액만 7조원에 달했던 이 딜은 국내 금융회사 대체투자 중 최대 규모였다. 막대한 인수금액 투입이 예정된 만큼 국내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에서는 인수 자산의 미매각 위험, 투자 상품의 가격 변동성 등을 우려 요소로 꼽았다.

당시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투자규모가 매우 큰 거래인만큼 초기투자 및 자금회수 시점에서 유동성 위험이 존재한다"며 "일반적으로 호텔투자펀드의 수익증권 만기가 10년 9개월로 장기임을 감안할 경우 자금회수 시점에 해당 자산의 가격변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의 호텔 인수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지난 4월경이다. 미래에셋은 현지에서 인수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던 중 다자보험과 제3자간 거래와 관련된 특정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래에셋은 잔금 납인 전 다자보험에 소명을 위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거래종결까지 제공받지 못하며 결국 인수계약을 취소했다. 미래에셋은 다자보험 측에 계약보증금으로 지불했던 7000억원을 환불하고 변호사 선임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한 상태다.

크레딧 업계에서는 다자보험과의 호텔 인수계약 무산이 오히려 신용등급 평가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호텔 인수계획이 밝혀졌을 당시에도 위험도 노출에 따른 자본적정성 우려가 높아져 있는 상태였고, 올해 코로나19가 창궐하며 호텔업황이 급격하게 기울었기 때문이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홍역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이 미국 내 호텔을 인수했다면 자체적인 자산손해가 심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수계획이 무산된 만큼 크레딧 업계는 이제 다자보험 간 법정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월 다자보험은 미래에셋에 호텔 인수계약 이행을 요구하며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만약 다자보험이 승소할 경우 미래에셋은 계획대로 15개 미국 호텔을 인수해야 한다. 해당 소송은 현재 1심 재판을 마친 상태며 피고와 원고 간 변론과정을 거치고 있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귀책사유가 매도인 측에 있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2심 최종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여전히 불안정 요소로 남아있을 전망이다.

앞선 신평사 관계자는 "매수인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일지라도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집중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피고의 승소로 계획대로 7조원 인수계약이 진행된다면 이는 미래에셋의 신용도 막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소송 결과가 미래에셋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던 터라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에서 지출한 계약보증금도 490억원으로 반환소송에 패소할지라도 재무구조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