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뉴스 랭킹 이슈 오피니언 포럼
금융 속보창
Site Map
기간 설정
LG디스플레
의도 좋다고 결과도 좋을까
김승현 기자
2020.09.30 11:11:52
10%이자제한법···"서민 이자 부담 경감" vs "불법 사금융시장 내몰수도"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8일 09시 4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승현 기자] 대부업은 서민의 급전 창구로 불린다. 시중은행 대비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탓에 사회 인식이 좋지는 않지만, 저신용자가 제도권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법망의 테두리 안에 있어 불법채권추심 등의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데다, 불법 사금융 보다 금리도 낮은 편이다.

국내 대부업체 이용자는 대부분 개인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다. 이들의 평균 대출 금리는 연 20~24%로, 법이 정한 최고수준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낮은 신용등급 탓에 시중은행 등 상위 금융기관이 대출을 쉽게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은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등급으로 나눈 것으로, 등급이 낮을수록 채무 이행능력이 낮음을 의미한다. 금융사는 고객의 신용등급 등 신용도를 기반으로 조달금리와 부실률 등을 고려해 금리를 책정한다. 대부업체의 금리가 신용도가 우량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시중은행 대비 높은 이유이자, 저신용자가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이유다.


대부업을 포함한 제2금융권 대출 이용자는 '신용도가 낮다'는 낙인이 찍힌다. 실제로 제2금융권을 많이 이용하는 경우 좋은 신용평점을 받기 어렵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 '신용도가 낮아서 제2금융권을 이용한다'라는 것이 공식화 돼 있는 셈이다. 결국 저신용자에게 대부업체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급전 창구가 된다.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지만, 딱히 다른 대안은 없다.


최근 '서민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8월 김남국·문진석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4%에서 연 10%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00여 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최고금리를 연 10%로 내려달라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관련기사 more
최고금리 인하에 "기업금융도 위축 우려" '금리 20%로' SBI·OK 등 대형저축銀 난감 美 대선·부양책…높아진 불확실성, 채권 금리↑ 꾼은 운을 운운하지 않는다

단순히 법안의 취지와 내용만 들어보면 이렇게 좋은 법이 없다. 연 24%의 대출금리를 10%까지 줄여주다니, 금리부담에 속앓이하던 저신용자의 귀를 쫑긋하게 한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불법 사금융 시장이 커지는 '풍선효과'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대부업을 막으면, 결국 돈을 빌릴 곳이 사라진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을 찾아, 불법 사금융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풍선효과란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억제하면 다른 현상이나 문제가 새로 나타나는 상황을 말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금융사가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는 고객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한 자금 조달비용, 부실률과 운영비용, 조달비용, 수익 등을 고려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대부업체는 최대 10%의 금리로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의 리스크와 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과연 이를 모두 떠안고 대출을 내줄 수 있는 대부업체가 있을까. 10% 이자제한법이 발의되자 대부업계는 "국내 영업을 철수하겠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돈 빌릴 곳이 사라진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에 내몰리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2월 대부업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내려가면서, 대부업체들이 담보 위주의 심사강도를 높이자 대부업 시장규모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게다가 줄어든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낮은 금리의 고객에게 추가된 금리를 적용하게 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의도는 좋다. 전례 없는 제로금리 시대에 대부업체들이 턱없이 높은 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급격한 이자제한은 서민들을 불법 사금융시장에 내몰고, 대부업체들의 경쟁력도 빼앗는 일거양실(一擧兩失) 아니, 일거n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0% 이자제한을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우리나라의 국회를 이끄는 엘리트들이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모를리 없다고 믿는다. 다만, 눈을 뜨고 귀를 열어 사방을 둘러봐 줬으면 한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조금 더 천천히, 안전하고, 지혜롭게 해결방안을 찾아갈 수 있길 바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한국투자증권(주)
에딧머니성공 투자 No.1 채널 more
한국투자증권
Infographic News
업종별 유상증자 현황
Issue Today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