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사관학교' LG화학의 선택은?
배터리 분사 결정····바이오, 사업재편 과정 '차세대 먹거리'로 선택될지 주목


[팍스넷뉴스 김현기 기자] 지난 2003년 설립됐다가 2017년 LG화학에 흡수합병된 LG생명과학은 지금까지도 '바이오 사관학교'로 불린다. 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 파멥신, 펩트론 등 코스닥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상당수가 이 회사 연구소에서 역량을 키운 뒤 창업했기 때문이다.


알테오젠과 레고켐바이오는 올해 기술수출로 플랫폼 산업의 진가를 드러냈다. 특히 알테오젠은 K-뉴딜 바이오 지수에도 포함돼 실력을 인정받았다. 파멥신과 펩트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위탁개발계약 체결로 미래를 알리고 있다.


LG생명과학 연구원 출신 바이오 벤처기업 CEO들이 즐비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업계에선 지난해 별세한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의 혜안을 꼽는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복제약을 만들어 먹고 살았던 1980년대 후반, 구자경 명예회장은 그룹 내 바이오연구소를 차려 인재들을 끌어 보았다. 아들인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지주사 설립 등 그룹 내 사업 재편과 맞물려 LG생명과학을 독립시켰다. 2003년 4월에는 LG생명과학이 만든 '펙티브'가 국내 신약으론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당시와 꽤 달라졌다. 바이오 업계의 헤게모니를 여전히 LG화학(합병 전 LG생명과학)이 잡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기업 중에선 삼성과 SK가 각각 바이오시밀러와 신약백신 개발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셀트리온이라는 거대 바이오 전문기업도 등장했다. 한미약품의 연이은 기술수출은 수년 전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산업의 히트상품이 되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LG생명과학 출신 벤처기업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집중됐다. 


'바이오 사관학교' LG화학은 'K-바이오'를 비추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칸 비켜선 상황이다. 물론 LG화학의 생명과학 분야 자체가 침체된 것은 아니다. LG화학 생명과학부문의 매출은 합병 첫 해인 2017년 5485억원에서 2018년 5711억원, 지난해 6222억원으로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는 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는 국내 최초로 연간 매출 1000억원대를 기록한 국내 대표 신약이 됐다.


그래서 LG화학, 크게 보면 LG그룹 전체의 바이오 사업 향후 행보는 여전히 주목된다. 최근 LG화학이 세계 1위로 올라선 배터리부문 분사를 결정하면서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신약 개발 등 바이오가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LG화학 전체 매출액 중 49.3%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부문이 건재하지만, 이 사업은 산업적인 면에서 성장 매력도가 떨어진다. LG화학은 첨단소재 사업도 하고 있지만, 미래를 고려할 경우, '포스트 배터리' 1순위는 역시 바이오가 제격이다.


수많은 바이어벤처 스타들을 키운 '내공'과 대기업이 할 수 있는 투자 여력, 무궁무진한 수익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LG화학의 차세대 간판 사업으로 바이오가 부족하지 않다. 미래에 투자하는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긍정적이다. '젊은 CEO' 구광모 LG그룹 회장 입장에서도 선대 회장들의 유업을 잇고 자신의 '인생 승부사업'으로 도전해 볼 만한 사업도 바이오가 제격이다.


막대한 투자금 만큼이나 시간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바이오산업 특성상 LG그룹이 새 먹거리로 삼을 수 있을 지 궁금해 하는 시선이 있다. '바이오 사관학교'란 별칭의 이중성에서도 그런 물음표가 드러난다. '사관학교'라는 단어가 원석을 잘 발굴했다는 명예와 보석으로 완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동시에 내포하고 있어서다.


LG화학 배터리사업부의 분사는 확정됐다. 사업 재편과정에 들어간 LG화학과 LG그룹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10년, 20년 뒤 '비이오 사관학교' LG의 위상이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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