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게이저, '뇌과학-IT' 융합 이끈다
내년 3월 아동·청소년 뇌정보 서비스 출시…美 의료시장 진출


[팍스넷뉴스 김새미 기자] 뉴로게이저는 독특한 회사다. 단순히 신약 개발을 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나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업체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곧 론칭할 서비스가 교육·컨설팅 분야에 속하긴 하지만 교육 업체라고 한정짓기도 어렵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뉴로게이저 사무실에서 만난 이흥열 대표(사진)는 "뉴로게이저는 뇌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가능한 회사"라고 소개했다. 뉴로게이저는 뇌 분석과 뇌질환 진단을 위한 종합적 뇌지도와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 '뇌과학 권위자' 이대열 교수와 IT업계 이흥열 대표의 의기투합


2000년대 중반부터 IT업계에 몸담고 있던 이 대표는 친형인 이대열 교수로부터 형제끼리 직접 뇌과학과 IT를 결합시켜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뉴로게이저는 뇌과학의 권위자인 이 교수를 비롯한 세계적인 뇌과학자들을 모아 지난 2014년 회사를 설립했다. 이 교수는 현재 뉴로게이저의 최고과학책임자(CSO)로서 R&D를 총괄하고 있다.


세계적 뇌과학자들이 모인 만큼, AI뿐 아니라 인간지능(HI, Human Intelligence)에도 정통하다는 게 뉴로게이저의 강점이다. 이 대표는 "뉴로게이저는 많은 사람들이 HI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뇌분석 AI를 개발 중인 회사"라며 "HI 전문가들이 모였기 때문에 AI를 통해 HI에 대한 이해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뇌 질환을 진단하는 데에 쓰이는 최상의 의료영상은 단연 자기공명영상(MRI)이다. MRI가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살아있는 사람의 성격이나 지능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뇌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문진 등의 간접적인 방식을 사용해야만 했다. 자기보고식 설문으로 뇌의 상태를 유추하는 방식은 주관성이 개입되고 학습 효과, 동기 부여 등의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다.


MRI 영상의 종류


뉴로게이저는 뇌의 구조, 기능, 연결과 관련된 영상데이터와 뇌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통계적 데이터를 활용해 뇌 분석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MRI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유는 뇌를 종합적으로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뉴로게이저는 MRI 데이터를 바탕으로 종합적 뇌지도를 도출해 뇌를 분석하고, 뇌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AI의 영상판독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 중요하지만, 최근 AI 기술은 빠르게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뇌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충분한 학문적 경험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로게이저는 뇌 산업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회사 설립 이후 모든 자금과 역량을 R&D에 투입했다.


◆ 내년 3월 아동·청소년 뇌지도 서비스 출시


특히 뉴로게이저는 뇌의 중요한 성장기인 만 10~15세의 한국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뇌지도를 연구·개발 중이다. 뉴로게이저는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논문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뉴로게이저는 올해 아동·청소년의 뇌 연구와 사업화 준비를 완료하고, 내년에는 노년, 오는 2022년까지 청년·장년의 뇌 연구와 사업화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전 연령층의 뇌분석 AI 플랫폼 구축을 완성하게 된다. 이 대표는 "뉴로게이저의 단기적 목표는 10세부터 55세까지 연령당 100명의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라며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2~3년 간격의 종단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로게이저가 수집하고 있는 뇌 데이터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 업체들이 주로 특정 질환의 진단 등을 위해 해당 뇌 질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했다면, 뉴로게이저는 반대로 정상인의 광범위한 데이터를 모아 정신질환자의 데이터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문제점을 찾아낸다. 이런 방식으로는 특정 질환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 대해 동시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뉴로게이저는 올해 발표할 논문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 3월 아동·청소년 뇌정보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정상인 대상 뇌정보 서비스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뇌정보의 필요성은 의료계가 아닌 분야에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뇌 정보를 소비할 수 없었다"며 "뇌와 관련한 시장의 규모는 비(非)의료시장이 의료시장보다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는 뇌 정보를 통해 뇌 건강을 미리 관리하고 능력, 적성 등에 대해 이해‧예측하는 것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상당하다고 봤다. 또한, 정신질환이 발병하는 중위 연령인 14세 이전에 미리 정신 질환의 위험을 감지한다면 해당 질환을 예방하거나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아동·청소년기에는 뇌가 발달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신질환 예방을 위해 노력한다면 상당한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료계의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는 아동·청소년 뇌정보 서비스를 바탕으로 교육·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뇌 정보의 사업성을 입증하자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교육 서비스만이 아동·청소년 뇌정보 서비스의 목적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 대표는 "뇌의 발달상태를 고려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교육환경 제공 시기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뇌의 발달상태 상에는 적지 않은 개인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뇌정보를 통해 적절한 교육 시기의 판단근거를 제공할 뿐 아니라 뇌의 발달단계, 능력, 적성, 건강에 대해 파악해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 내년 美 FDA 승인 획득 후 미국 의료시장 진출 계획


뉴로게이저는 뇌분석 AI를 정신질환 진단에 대한 보조의료기기(SaMD, Soft as a Medical Device)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의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치매, 자폐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를 비롯한 다양한 정신질환을 분석하는 의료진단 보조도구로써 의료용 AI를 공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미국 의료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뉴로게이저는 지난해 하반기 뇌질환 진단 AI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해당 AI에 대한 학습기간을 2주로 설정한 결과, 뇌질환 진단의 정확도(AUC)는 치매 진단의 경우 93%, 자폐증은 77%, ADHD는 71%에 달했다. 학습 기간을 2개월까지 늘리고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진단 결과의 정확도는 90%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미국 정신의학과 학회 가이드에 따르면, AUC가 80% 이상이면 유효한 진단 AI로 고려되는 추세다.


그러나 뉴로게이저는 다소 생소한 분야의 업체인 만큼, 초기에는 투자 자금 유치에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뇌질환 관련 업체라고 하면 바이오 투자기관 심사역들의 관점은 뇌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이 있는지, 신약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집중됐었다"며 "이제는 뇌를 바라보는 관점이 투자자들이나 의료계에서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업계에서도 특정 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후보물질 개발보다는 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진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뉴로게이저는 지난달 14일 시리즈A로 4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SV인베스트먼트가 20억원, 위벤처스가 15억원, 지니자산운용이 5억원을 투자했다. 한 투자자는 "뉴로게이저는 뇌질환 진단에 관해 최초로 객관적인 표준을 제시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정신질환 진단 기준(DSM)의 낮은 객관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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