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 49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증여하면서 이들의 세금 납부 여력에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8일을 기준으로 한 증여세 추정액은 정 부회장의 경우 1940억원, 정 총괄사장은 1000억원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 남매가 일단 벌어들인 소득으로 증여세 일부를 현금 납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5년간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광주신세계로부터 327억원의 배당수익을 거뒀다. 정 총괄사장도 신세계 등에서 100억원의 배당을 챙겨왔다는 점에서 이들이 보유 중인 현금자산 규모가 적잖다고 여겨지고 있다.
정 부회장 남매는 연부연납제도를 통해 향후 발생될 배당소득 등도 증여세 납부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여받은 주식은 세무서에 공탁할 경우 세금을 최장 5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특히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번에 이 회장으로부터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씩을 넘겨받아 배당을 통한 증여세 재원 마련이 한결 수월해졌다. 예컨대 이마트와 신세계가 올해 결산배당 때 주당 배당금을 전년과 동일한 2000원으로 결정할 경우 정 부회장은 신세계로부터 103억원을 배당 받게 된다. 이는 전년대비 79.6% 급증한 액수다. 정 총괄사장도 신세계로부터 전년보다 88.8% 늘어난 37억원의 배당수익을 기대해 볼 만 하다. 이밖에도 정 부회장 남매는 이마트와 신세계의 미등기임원을 맡으며 2018년부터 매년 30억원 이상의 근로소득도 올리고 있다.
다만 정 부회장 남매가 기존 수입과 미래 발생할 배당만으론 증여세를 완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5년간 연부연납할 경우 정 부회장은 매년 390억원을, 정 총괄사장은 200억원씩을 납부해야 하는데 예상되는 배당·근로소득 만으로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재계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보유 지분을 매각해 추가로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현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18.55%)와 광주신세계(52.08%) 주식을 보유 중이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각각 18.56%, 15.14%씩을 갖고 있다. 이 중 이마트와 신세계는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곳이어서 지분매각 또는 증여세 현물 납입 등에 따른 부담이 크다. 따라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비주력인 광주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을 일부 정리할 여지가 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확정세액이 나오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 방안을 강구하지 않겠느냐"라면서 "오너일가가 신세계그룹사에서 수령해 온 배당소득 규모가 적잖은 데다 최근 배당이 확대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계열사지분을 대량 매각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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