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투기꾼 진짜사장 MBK 규탄한다". 추석 전날 장을 보러 찾았던 홈플러스 계산대 직원의 등에 붙었던 문구다. 아마도 해당 직원이 홈플러스 노조 소속이었던 모양이다. 그 문구를 보고서 '홈플러스 노조가 포인트를 잘 잡았구나' 싶었다. 사모펀드 소유의 기업에서 쟁의를 벌이려면 (나타나건 말건) 실 소유주를 들먹이는 것이 여론 형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여론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기꾼' 프레임까지 씌웠으니 효과가 만점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MBK파트너스는 자칭타칭 동북아 최고의 사모펀드 운용사다. 그런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때문에 체면을 꽤 많이 구겼다. 부동산 자산을 최대한 팔아치우거나 유동화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지난해에는 매장 몇 곳을 리츠(REITs)라는 증권으로 쪼개 팔기로 했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가능한한 많은 매장을 팔거나 닫고, 직원을 줄여 버티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노조는 물론 지역사회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 홍보 내지는 대외협력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두는 기업은 사건사고에 휘말린 적이 있거나, 휘말릴 것 같은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홍보 업무를 위기관리 업무라고 일컫는 곳들도 꽤 있다. 그렇다면 대행사와 장기 계약을 맺거나, 그때그때 대행사를 선임해 홍보 업무를 하던 기업이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을 채용했다면 십중팔구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대되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에도 지장이 생길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 신임 홍보담당 임원은 MBK파트너스에서 어떤 업무를 주로 맡게 될까. 부디 MBK파트너스의 빛나는 투자 성과를 영향력 있는 미디어를 통해 잘 알리고, 고객에 해당하는 펀드 출자자(LP)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주가 되길 바란다. 투자 기업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나 투자 실패 사례를 다룬 보도는 그가 합류한 이후에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사모펀드의 도덕성 논란이나 국적 시비 또한 더이상은 불거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