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의 혈관
리스크관리 부서와 충돌하는 IB
④코로나19 지원으로 은행 건전·유동성 악화세···"감독규제 더 완화해야"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7일 15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면서 금융권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향후 5년간 160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막힘 없는 자금 융통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단연 이 역할의 적임자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그룹들이다. 주요 금융그룹들은 수십조원의 지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기꺼이 이 역할을 짊어지는 모양새다.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금융권이 빌려주고 투자한 자금이 '눈먼 돈'이 될 가능성이 있고, 이미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으로 많은 자금을 소진한 금융권이 '눈 가리고 아웅'식의 지원을 할 여지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팍스넷뉴스는 '한국판 뉴딜'의 혈관 역할을 하게 될 금융권의 구체적인 움직임과 기대효과, 대안을 제시해본다.  


지난달 3일 정부는 뉴딜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뉴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들에 대한 건전성 규제 완화를 예고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다. <출처=기획재정부>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주요 금융그룹들 내부에서 '한국판 뉴딜' 지원 규모 등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판 뉴딜 지원이 금융권을 넘어 국가 전체에 이로울 것이라는 데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금융지원 장기화로 추가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면서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규모를 정하는 과정에선 투자은행(IB) 부문과 재무·리스크 부문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7일 모금융그룹 IB 부문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 지원이 과거 정부 개발정책이었던 '녹색성장'과 '창조경제'에 대한 지원처럼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SOC 디지털화 사업이나 그린 에너지 사업 등은 금융그룹들도 오랫동안 관심을 갔던 대출·투자대상이어서 한국판 뉴딜 지원은 금융그룹들의 경영 전략 연장선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우리뿐 아니라 다른 금융그룹들도 한국판 뉴딜 지원을 계기로 그간 키워온 IB 부문 경쟁력을 더 강화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총 70조원의 한국판 뉴딜 지원 계획을 밝힌 금융그룹들은 관련 협의체를 조직하면서 IB부문 인력들을 참여시켰다. 일례로 KB금융은 한국판 뉴딜 지원을 위해 'KB혁신금융협의회'를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로 확대하면서, 그룹 CIB총괄을 신규 참여 임원으로 등용했다. 우리금융도 한국판 뉴딜 지원 실무는 전략 부문이 아닌 CIB 부문에서 맡고 있다. 


이처럼 한국판 뉴딜 지원으로 CIB 부문의 목소리와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CIB 부문은 대출과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리스크·심사 부문을 설득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올해 초부터 실시한 코로나19 피해 기업 및 개인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으로 이미 나빠진 은행 건전성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그룹들의 한국판 뉴딜 지원의 주체는 사실상 은행이다. 


<참고=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올해 6월 말 5대 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들의 평균 BIS자기자본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총자본 비율)은 14.53%로 지난 3월 말 대비 0.19%p 떨어졌다. 3개월 만에 기업대출이 48조6000억원 늘면서 신용위험가중자산이 50조원 증가하고, 시장변동성 확대로 시장위험가중자산도 19조원 증가한 영향이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6조4000억원 늘었을 따름이다. 올해 6월 말 국내 은행들의 평균 BIS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론 더 큰 폭(0.73%p)으로 떨어졌다. 


5대 은행의 유동성도 악화하는 추세다.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99.20%로 지난해 말 대비 8.35%p 떨어졌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 비율로, 은행의 유동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다. 최근 5년간 5대 은행의 평균 LCR이 100%를 하회한 적은 없었다. 


현재 금융감독당국은 은행들이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대출 등으로 전보다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예상, 현재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LCR 규제를 85%로 낮추는 안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한 상태다. 또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춰 자본적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포함한 '바젤Ⅲ' 최종안을 은행 등이 조기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다른 금융그룹 IB 부문 관계자는 "재무와 리스크 부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꾸준히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건전성 측면에서 부담이 좀 있는 것 같다"며 "한국판 뉴딜 지원 규모를 확대할 계획도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재무와 리스크 부문을 설득할 수 있는 '확실한 논리와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BIS비율 등을 비롯한 건전성 규제를 완화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초 정부는 뉴딜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뉴딜 프로젝트와 기업, 산업 등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들에 대한 BIS비율 및 RBC(지급여력)비율 완화 등의 완화 조치를 예고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안은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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