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사용료'→'이용자편익' 제고 이어져야
통신편익 제고, 코로나19 위기극복에도 도움


[팍스넷뉴스 조아라 기자] "호랑이를 피해 왜 다른 곳으로 이사하지 않느냐" "혹독한 세금을 피하려면 이곳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ㅠㅠ"


공자가 제자들과 걷던 산길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가족을 잃은 슬픈 아낙을 만나 나눈 얘기다. 공자 '예기'편에 나오는 이 일화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로 전해지고 있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얘기다. 세금 수탈에 대한 국민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헌법에 위배되는 준조세 부과 행태에 대한 논의가 끝없이 이뤄지고 있지만 성과는 미약하다. 통신사에게 조 단위로 부과된 주파수 사용 대금이 그 한 사례다. 최근 정부는 2G‧3G‧LTE 주파수 재할당대금으로 5조500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가 책정한 1조6000억원보다 세 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당장 상용화가 불가능한 28㎓대역의 주파수 재할당 대금도 6000억원 이상이다.


이렇다 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걷고 보자는 심산이라며 통신사들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통신사가 정부 곳간이냐는 불만마저 나오고 있다. 주파수 대금이 '나쁜 세금' 형태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데이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심화되는 양상이다. 주파수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주파수 대금이 치솟고 있다. 그야말로 이제는 부르는 게 값이다.


정부 주파수 대금 책정은 기준이 모호하고 통신사의 네트워크 투자 환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로 대규모 자금을 쏟고 있는 와중에 사용률 감소가 예상되는 대역폭의 주파수 재할당 대금마저 거꾸로 인상되고 있다. 흉년에 세금을 높이는 처사와 다를 게 없다.


조 단위 주파수 사용료는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5G 설비투자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앞에서는 통신사들에게 요금 인하를 압박하면서 뒤에서는 요금 인상을 부채질하는 겪이다. 그러다보니 생색은 정부 몫이요 국민들로부터 통신사만 얻어터지는 형국이다.


이렇게 걷은 주파수 대금이 제대로 쓰이는가도 불명확하다. 제한된 공공재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통신사에게 부과되는 주파수 활용 대금은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각각 55%와 45% 가량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부 집행 내역은 불명확하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통신사 요구에 정부는 아예 귀를 닫고 있는 모양새다. 매년 수 조 원에 달하는 통신 네트워크 환경 구축에 한 푼이 아쉬운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 정부 들어 가정맹어호라는 말이 통신업계 안팎에서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잇딴 부동산 정책으로 국민 세 부담이 이전에 비해 거꾸로 확대된 탓이다. 조 단위 주파수 재할당대금이 통신사에게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는 기시감이 들 정도다.


주파수 대금은 좋은 세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예산 장부만 보지 말고, 기업의 투자 환경과 네트워크 증설 효과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다. 비가 적당히 왔는지, 토지는 비옥한지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 세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말이다.


주파수 재할당 기준은 기업이 사업계획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당장 구체화돼야 한다. 나아가 5G 통신 품질에 기업과 연대 책임 의식을 갖고 주파수 대금을 보약으로 잘 활용해 주길 기대한다. 통신사가 부담하는 주파수 사용 댓가가 통신품질 향상 등에 재투자되고, 나아가 이용자 편익 제고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이는 국민들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에도 도움되는 정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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