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책임미루기'
수탁업무 회피, 신규펀드 출시 취소 속출…운용업계 전반 고사위기 고조

[팍스넷뉴스 배지원 기자] # A운용사는 최근 신규 사모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두 모았지만 결국 결성에는 실패했다. 수탁업무를 맡을 은행이나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펀드 결성을 포기하고 신기술금융사와 공동운용(Co-GP)하는 '투자조합' 형태로 우회해 운용을 시작하게 됐다.


# B운용사는 수탁업무 수임수수료로 '60bp'를 요청받았다. 기존 수수료 2~5bp에 비해서 수십배가 오른 가격이다. B운용사 관계자는 "은행에서도 '최소 6개월동안은 신규펀드 수임을 자제할 것' 이라고 말하거나 수수료를 급격히 인상해 사실상 업무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라임펀드에 이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사들이 사모펀드의 판매는 고사하고 수탁업무 자체를 수임하지 않는 현상이 빈번하게 업계에 발생하고 있다. 수탁업무는 주식, 채권 등 투자 실물을 보관하는 업무로 시중은행과 증권사 PBS 부서에서 이 업무를 맡아 왔다. 대부분 운용사가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활용하지만 PBS도 은행에 재위탁을 맡기고 있는 만큼 펀드결성 자체에 어려움이 커졌다. 증권투자신탁업법에 따르면 운용사들은 투자한 유가증권을 별도기관에 맡길 의무가 있어 수탁사를 찾지 못할 경우 펀드 설정이 불가능하다.


사모펀드 사태의 후속 조치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수탁사도 자산운용사가 펀드 운용에 관한 법령이나 규칙 등을 잘 지키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그동안 책정해오던 수수료에 비해 수탁사가 짊어질 리스크가 커지면서 수탁사인 은행은 물론 증권사 PBS도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주식형 공모펀드 등 자산 대조가 쉬운 수탁업무만 유지한 채,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의 수탁업무를 모두 기피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운용업계 전반의 고사 위기를 고조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공공기관과 증권 유관기관들의 책임미루기가 민간 금융사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탁은행과 판매사에 검증과 배상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라임사태에 대해 금감원이 펀드 판매사의 투자금 전액 환불 등을 권고하면서 판매사들은 배상 책임을 온전히 짊어졌다. 당시 판매사 임원에 대한 중징계도 내려지면서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사, 수탁사에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과 징계를 모두 물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사모펀드 업무를 맡고 싶겠냐"며 "당장 증권 유관기관인 예탁결제원도 일반사무관리 업무를 중단했고, 증권금융도 신규 펀드에 대한 수탁업무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인데, 민간 금융사의 부담은 더 클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투자자산 실물에 대해 제대로 관리 감독되지 않는 환경은 옵티머스와 라임이 부실 운용을 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다. 하지만 원인을 제공한 기관들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판매사, 수탁사의 과실 만큼 금융기관의 방조죄도 가벼이 볼 수 없다. 사고 수습과 책임을 민간 금융사에만 전가하는 것이 업계 전반을 침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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