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표 브랜드 '갤럭시와 래미안'


[팍스넷뉴스 이상균 건설금융팀장]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이은 부동산 규제 정책 발표로 건설 및 부동산업계는 비명이다. 자금력을 갖춘 시행사들은 규제를 피해 후분양을 택하기도 하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상당수 시행사들이 외부 자금을 빌려 사놓은 택지를 어찌하지도 못한 채 이자로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부동산신탁사에게 달려간 몇몇 시행사들의 지방 사업장은 미분양 탓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기도 한다.


현 정부 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조차 내부에서 건설과 부동산업을 대하는 태도는 차갑기 그지없다. 삼성물산은 삼성이라는 든든한 배경 덕분에 8년째 시공능력평가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명조차 건설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건설부문이 이 정도의 냉대를 받을 수준은 아니다. 삼성물산은 건설과 상사, 바이오, 의류, 리조트, 바이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중 영업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곳은 단연 건설부문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80%를 넘는다.


하지만 정작 그룹 내에서 건설부문의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주택사업은 꾸준히 축소됐다. 재개발, 재건축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직접 택지를 매입하는 자체개발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최근 서울 반포에서 2건의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는 했지만 이를 '래미안의 복귀'로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래미안은 서울의 강남과 한강변 등 프리미엄 시장에만 한정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전기‧전자기업의 CEO로 생각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특성상 단기간에 삼성물산이 건설부문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각종 잡음과 송사가 난무하는 건설 및 부동산업이 삼성그룹의 이미지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쉬운 점은 삼성물산이 건설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면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실적에 대한 논란을 한 번에 잠재웠을 거라는 사실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주택브랜드 '래미안'은 국내 주택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인식된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래미안 아파트 단지는 프리미엄이 8000만원 이상 추가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창 래미안이 주가를 높이던 시절, 삼성물산은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서 수십 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상 라이벌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수익성 높은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 시장을 래미안이 싹쓸이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물산이 건설업에서만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본다. 2014년 이후 전국적인 주택, 부동산 호황의 광풍을 등에 업고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등 주택전문 건설사들이 자산 10조원을 넘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삼성의 건설사업 홀대는 단순히 최근 몇 년간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가 그 단초를 제공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설립 초기부터 자동차와 함께 그룹의 주축 역할을 한 현대건설과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래미안이 갤럭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삼성그룹의 주축으로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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