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엇갈린 비메모리 투자
삼성, 시스템반도체 확장 '잰걸음'...하이닉스, 내실다지기 중점

[팍스넷뉴스 설동협 기자] 50년 반도체 시장 역사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이 휘청이고 있다. 메모리 사업 수익 부진에 이어, 최근엔 시스템 반도체라 불리는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AMD사에 바짝 추격 당하고 있다.


인텔의 자구책은 '메모리 사업 매각' 카드다. 최근 SK하이닉스에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통째로 팔기로 했다. 수익성이 저조한 메모리 사업을 털고 비메모리 사업에 전념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시스템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 보다 2배 가량 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자연스레 시장의 눈길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반도체 양대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어떨까. 두 회사가 바라보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시각은 다소 상이한 모습이다. 그 배경엔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과 사업 지배구조 등이 자리잡고 있다.


◆ 정상 오른 삼성전자 Vs. 등반 중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부문 종합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D램 시장의 경우, SK하이닉스가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형국이라 후발주자들로선 점유율 반등이 쉽지 않다. 사실상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부문 또한 일찍이 1위로 올라서면서 리더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D램과 낸드 부문의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현금 창출이 가능했고, 이를 발판삼아 더 큰 시장인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거는 기대감은 투자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연구개발(R&D) 73조원 ▲시설 투자(파운드리) 58조원 등 총 133조원 가량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로 올라서겠단 청사진을 내 건 상태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5월 평택사업장에 8조원 규모의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착공하는 등 비메모리 사업에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에만 힘을 주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도 평택 공장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시장 리더 지위를 지키기 위한 초격차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함께 선전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부문은 약점으로 꼽혀 왔다. 다시 말해 매출의존도가 D램에 상당히 쏠려있단 얘기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5조8054억원 중 11조1862억원 가량은 D램 부문에서 발생했다. 전체 매출 중 약 70% 수준이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사업은 3조7567억원에 그쳤다. 

자료=시장조사업체 옴디아


D램 업황에 따라 전체 매출이 좌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로선 수익다변화가 절실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11.4%로 5위를 기록했다. 이어 11.5%의 점유율로 인텔이 6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을 품는다면 점유율 22.9%로 일본 키옥시아(17.3%)를 제치고 종합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키옥시아는 2018년 SK하이닉스가 미국 베인캐피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49.9%를 사들인 상태로, 사실상 특수관계에 해당된다. 결과적으로 D램 시장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에 이은 시장 '2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반면 SK하이닉스가 만약 낸드 사업 강화를 하지 않은 채 비메모리 시장에 뛰어 들면 어떨까. 업계에선 안정적인 투자금 조달도 힘들 뿐더러, 낸드플래시 후발주자의 점유율 추격 등 여러면에서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D램 의존도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비메모리 분야에 선뜻 진출하기 보단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를 통한 내실다지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만약 인텔이 SK하이닉스가 아닌 다른 후발주자 업체에 매각할 경우, 낸드 시장 지위도 불안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M&A의 귀재' SK, 지주사법에 따른 부담감…지배 구조 개편이 우선?


흔히 SK그룹은 M&A의 역사로도 불린다. SK하이닉스 또한 LG반도체에서 현대전자를 거쳐 SK패밀리에 이르러서야 빛을 본 케이스다. SK그룹 성격상 자체 사업 확장보다는 기업 인수를 통한 덩치불리기로 영역을 넓혀왔다.


이같은 이유로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본격 합류할 경우, 관련 업체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 확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문제는 지배구조다. 현재 '최태원 일가→㈜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탓에 SK하이닉스가 기업 인수합병에 나서기 부담이 큰 상태다. 


SK하이닉스가 기업을 인수할 경우, 현행 지주사법상 SK의 증손자 회사로 구분되기 때문에 지분 100%를 인수해야만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자금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SK그룹의 현금동원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SK그룹은 반도체 외에도 5세대 이동통신(5G), 배터리 등 다방면으로 투자를 늘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차원에서 SK하이닉스에 자금을 몰아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지주사의 손자회사에서 중간지주사의 자회사로 승격되기 때문이다. 손자회사에서 벗어나면 업체 인수에 지분 100%라는 조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사업 확장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비교적 자유롭다. 자체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덩치를 불릴 수도 있지만, 인수합병에도 비교적 여유롭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36조1096억원 가량이다. 현금동원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300% 가량에 이른다. 


이 부회장은 최근까지도 유럽 및 베트남 등에 방문해 EUV 파운드리, 연구개발(R&D) 투자를 논의하는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여과없이 내비치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불구속 기소됨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관련 업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인수 이후 이듬해 이 부회장의 오너리스크 탓에 지금까지도 굵직한 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현재로선 비메모리 관련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 보단 연구개발 및 파운드리 증설에 따른 자체 사업 확장에 힘이 더 실린 모습"이라며 "향후 추가적인 M&A는 당분간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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