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M&A
국가핵심기술이 M&A에 미치는 영향은?
해외 원매자 및 FI 참여 어려워, 전선·건설업체가 후보군으로 거론
출처=대한전선 홈페이지


[팍스넷뉴스 심두보 기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고압 전력케이블 사업으로 인해 대한전선의 인수 구도가 국내 전략적 투자자(SI) 위주로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외 투자자나 재매각이 필수 불가결한 재무적 투자자가 국가핵심기술로 인해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기 어렵기 때문. 대한전선의 탁월한 기술력이 오히려 기업의 인수합병 가치를 떨어뜨린 셈이다.


22일 대형 법무법인의 한 M&A 전문 변호사는 "대한전선의 국가핵심기술은 국가 연구개발비의 지원을 받지 않았지만, 해외 M&A시 사전 신고 대상에 해당한다"면서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매각 가부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전선의 경우 매각 금지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초고압 전력케이블 기술은 대한전선이 자체 개발했다"고 전했다.


산업통산자원부의 관계자 역시 "기업이 보유한 국가핵심기술이 정부의 지원 없이 개발됐다고 하더라도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지원을 받았을 경우엔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을 보유한 대한전선이 해외 기업에 매각될 수 있는지 여부는 심의를 거쳐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한전선의 초고압 전력케이블 설계 및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배경에는 대한전선의 중국 매각설이 있었다. 산자부는 지난해 7월 500kV급 이상 전력케이블 시스템(접속재 포함) 설계 및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신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대한전선 등 일부 업체는 해외 수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정에 반대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이 되더라도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지 않았다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돼 올해 2월 21일부터 시행되면서 국가핵심기술 보호에 대한 규제 강도는 더 강력해졌다. 국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해외 인수 및 합병 시 사전승인(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을 받아야 한다. 이는 사전신고(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이다.


대한전선의 경우는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지 않았으므로 사전신고를 거쳐야 한다.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에 해당하는 규제다. 초고압 전력케이블이 국가 기반 시설의 주요 부품임을 감안하면 '예외적 금지'에 걸릴 것이란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출처=대한전선 홈페이지


◆핵심기술, M&A에 직접적인 영향


국가핵심기술이 M&A의 장애물이 되는 것은 비단 대한전선만의 일은 아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매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즉, 이 기술을 보유한 사업부는 매각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자가 국내 기업일 경우, 굳이 국가핵심기술을 발라내는 작업은 진행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틱톡의 경우는 국가핵심기술을 M&A 거래를 중단하는 도구로 쓴 사례다. 미국 정부가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의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에 넘기라는 압박을 가하자 바이트댄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월마트 등과 논의를 주고받으며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등 틱톡 핵심기술을 수출 제한 목록에 올리면서 틱톡 매각은 어그러졌다. 대신 바이트댄스는 미국 기업인 오라클에 미국 사업 데이터 관리를 맡기는 기술협력 방안을 밀고 있다.


대한전선의 경우는 어떨까?


대한전선의 초고압 전력케이블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상반기 대한전선은 USA, 한국전력공사, 쿠웨이트 주거복지청(PAHW), SP POWERGRID LTD 등에 초고압 케이블 2352억원어치를 팔았다. 연결재무제표상 대한전선의 상반기 매출은 7941억원이다. 다만 이들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케이블은 500kV급 이하다. 현재까지 500kV 이상급 케이블을 쓰는 프로젝트는 드물게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500kV를 포함한 초고압 전력케이블 사업은 대한전선의 성장을 견인할 핵심역량이다. 이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국내엔 대한전선과 LS전선 두 곳뿐. 전 세계에도 기술 개발을 완료한 업체는 10곳 안팎에 그친다. 즉, 이 사업부만 떼서 다른 사업과 별도로 매각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대한전선의 당진 공장에서 초고압 전력케이블 생산 공정만 따로 떼어내는 데에도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한된 인수후보, 경쟁구도 확보가 관건


인프라 구축 수요가 많은 중국 등의 해외 전략적 투자자(SI)는 거래에 뛰어들더라도 거래 완결성 부분에서 크게 점수를 잃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향후 수년 내에 재매각을 고민해야 하는 재무적 투자자(FI) 역시 회수전략의 어려움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FI는 국내 SI의 파트너로 이번 거래에 참여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선 전선업 경쟁업체들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히 LS전선과 가온전선을 계열사로 둔 LS그룹과 그 뒤를 있는 일진전기를 보유한 일진그룹이 시장에서 후보로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선업체 '빅3'는 LS전선(2019년도 매출 3조2428억원), 대한전선(1조3950억원), 그리고 가온전선(매출 7571억원)이다. 그 외에 일진전기(6589억원), 대원전선(3962억원), 극동전선(1208억원), 코스모링크(1383억원), 동일전선(928억원) 등이 전선업을 영위하고 있다.


물론 전선업과 관련이 있는 건설 등 유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도 인수후보로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4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진행된 대한전선 매각 당시 SG그룹이 예비입찰에 깜짝 참여한 바 있다. SG그룹은 현재 건설, 의류 생산, 유통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중견그룹사로 성장했다.


건설사는 대한전선 M&A의 인수 후보군이다. 유가 하락으로 플랜트 사업에 빨간 불이 들어온 국내 건설사들은 그동안 축적한 자금으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SK건설은 환경폐기물업체인 이엠씨홀딩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GS건설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과 전선업은 영업이나 수주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저무는 산업으로 인식되던 전선업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각국 경기 부양에 따른 공공 투자가 늘고,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전선업체의 해외 수주가 늘고 있는 것이다. 대한전선은 올해 영국과 네덜란드, 그리고 덴마크 등에서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 LS전선 역시 바레인, 네덜란드,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전력 케이블 프로젝트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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