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
시험대 오른 이재용
신사업 육성·현장경영 확대 속 홀로서기 본격화…사법리스크 해결은 과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그룹)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삼성그룹은 젊은 총수 이재용(1968년생) 부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삼성시대'에 나서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능력과 역할론이 본격화된 것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이 무리없이 그룹 전반을 이끌어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와병 중이던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지난 2014년부터 삼성그룹을 이끌어왔다.


그는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한편,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며 그룹 경쟁력을 한차원 도약시켰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석유화학과 방산부분을, 2015년에는 삼성SDI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비주력사업을 매각한 뒤에는 전장사업과 바이오 등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 삼성그룹은 2014년 중국 하이난 섬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의료·헬스케어 사업을 스마트폰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삼성그룹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8500억원을 투자한 제3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세계적 바이오의약품 생산전문기업으로 비상하고 있다.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삼성그룹은 2018년 인공지능(AI), 5G(5세대 통신), 바이오·전장부품 등 신사업에 2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시스템반도체 투자도 빠질 수 없다. 삼성그룹은 2019년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단일사업 투자규모로는 역대 최대였다. 이를 놓고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에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디(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외 전장부품5G 등 신산업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과감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배터리 관련 개발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전고체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인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적 저널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공개했다. 기존의 고체전해질 중심의 전고체전지 연구에서 벗어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음극으로 적용한 기술이다. 안전성과 장수명성을 확보해 1회 충전으로 800km를 주행할 수 있고, 1000회 이상의 라이프 사이클이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은 협력관계가 없던 현대차그룹과 교류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고, 7월에는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았다. 양사 경영진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는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현황과 미래차·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고체 배터리란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이 고체로 된 2차전지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대용량 구현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의 행보에 비춰볼때 이재용 부회장은 적극적인 현장경영을 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9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등을 만나 투자와 협력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한편, 일본의 반도체소재 수출규제에 나서자 일본을 방문해 현지 기업인,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하는 등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반도체연구소와 브라질 법인(1월)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화성 극자외선(EUV)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2월), 3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종합기술원(3월) 등을 연이어 방문했다. 지난 5월에는 코로나19 뒤 세계 경영인 중 처음으로 중국 시안을 방문해 반도체공장을 둘러보며 현장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영능력의 성과물인 실적도 나쁘지 않다.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만 봐도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매출은 66조원, 영업이익은 12조300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는 직전분기 대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51%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58% 향상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산업환경 속에서 세계적 기업들과 교류·협력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폭넓은 인적네트워크가 바탕이 될 전망이다. 일례로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는 비공개 모임인 '비즈니스카운슬'의 회원으로 알려졌다. 해당 모임에 GM, 골드만삭스, 코카콜라 등 세계적 회사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다만, 사법리스크 문제는 해결해야 될 중요과제로 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이다. 더불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불법·편법적인 방식으로 합병해 경영권을 승계받았다는 혐의 관련 재판도 존재한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사법리스크로 인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공백은 삼성그룹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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