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불지핀 '일반청약' 확대 시기상조론
신규 상장사 주가 예측 불가…'묻지마 투자' 열기 속 속도조절 필요


[팍스넷뉴스 전경진 기자] 최근 주식 시장에서 최대 화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처럼 상장 후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빅히트를 통해 대박을 꿈꾼 개인들은 거액의 빚까지 내서 주식을 매입했지만 손해만 크게 본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고 결혼자금, 노후자금까지 모두 끌어모아 투자한 개인들의 경우 '주식 환불'까지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마저 벌어졌다.


사실 신규 상장기업의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전문가들조차 어려운 일이다. 빅히트 상장을 앞두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마다 제시한 목표주가가 천양지차였던 이유다. 공모가 13만5000원에 상장한 빅히트에 대해 제시된 증권사별 목표주가는 최소 16만원에서 최대 38만5000원에 달했다. 결과적으로는 23일 종가 기준 주가는 17만2500원. 현재 메리츠증권(목표주가 16만원) 외에는 모두 기업가치 예측에 실패한 형국이다.


신규 상장사의 기업가치(주가)를 판단하는 일이 미지의 영역에 속하는 것은 이를 뒷받침할 누적된 정보가 부족해서다. 단순히 최근 순이익 흐름이 좋다고 해도 이게 일시적인지, 아니면 실제 사업 경쟁력에 기초한 실적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또 신규 상장사의 경우 일종의 '이벤트 효과'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 때문에 주가에 '거품'이 끼기 마련이다. 일부 유능하고 능숙한 투자자들의 경우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자체를 보류하는 편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위험한' 신규상장사에 대한 투자 문호를 개인에게 더욱 개방하려는 정책을 논의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기업공개(IPO) 때 일반투자자 몫으로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IPO 청약 때 공모주는 기관투자자 몫으로 60%, 일반투자자 몫으로 20%, 우리사주조합에 20%씩 배정되는데, 이중 '일반청약'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IPO 기업의 상장 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수익'이 부각되자, 개인들도 더 많이 수익을 볼 수 있게 배정물량을 늘려주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위험한' 공모주 투자지만 빅히트조차 공모가 만큼은 사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규 상장사가 따상을 기록하긴 힘들어도 공모가 사수만큼은 용이하기 때문에 IPO 때 일반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정책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진' 격이다. 사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공모가조차 지키지 못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최근 새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스팩, 리츠 제외)의 주가만 봐도 공모주 청약이 안전하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지난 9월부터 증시에 데뷔한 기업은 총 13곳인데 이중 절반인 6곳의 기업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서양의 오래된 속담 중 하나다. 더 많은 개인들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추진되는 일반청약 물량 확대 논의는 '하이 리스크(고위험)-하이 리턴(고수익)'이라는 상식의 일부만 강조한 정책이다. 전문가들조차 실패하기 일쑤인 IPO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개인들에게 권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주식 시장은 '묻지마' 투자 광기에 휩싸여 있다. 유통시장은 물론 증권(공모주) 발행 시장까지 예외는 없다. 작은 호재에도 '테마주'로 분류되면 실제 기업가가치나 실적과 무관하게 시중 뭉칫돈이 반짝 몰린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선언하자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 기업의 주가가 크게 치솟거나 IPO 청약이 흥행을 기록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모든 정책에는 '적기'라는 것이 있다. 적어도 현재와 같은 주식 시장 분위기에서는 IPO 일반청약 물량 확대가 시기상조이지 않을까.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