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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자산신탁, ERP 구축 실패 까닭은
이상균 기자
2020.11.02 08:54:54
2년간 50억 투자…낙후된 IT시스템 개선 필요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8일 09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교보자산신탁이 50억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하고도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고도화에 실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신인 생보부동산신탁 시절부터 2년 가까이 진행해온 이번 프로젝트는 최대주주가 교보생명으로 바뀐 이후,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고 관련 인력들을 재배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업 이해하는 IT전문가 드물어


교보자산신탁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지분 50%를 출자한 합자회사다. 대표이사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출신 임원들이 번갈아 가며 맡았다. ERP 시스템 고도화를 시작한 것은 삼성생명 출신 김모 대표 시절부터다. 


부동산 호황 덕분에 신탁사들이 상당한 이익을 벌어가면서도 정작 IT시스템은 은행, 증권, 보험사에 비해 낙후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50억원이라는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IT 투자를 통해 신탁업의 레벨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ERP 구축을 위해선 우선 현업의 의견을 수용하고 과제를 도출해 이를 IT시스템에 어떤 식으로 반영하고 설계할 지를 정해야 한다. 현업과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으면 시스템 구축 이후 각종 불만사항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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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외부 IT 업체의 컨설팅을 받아 시스템의 개발과 설계방향을 정해야 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기간만 2~3개월에 달한다. 금융지주사 소속 신탁사의 경우 같은 계열의 IT서비스 업체가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맡기도 한다.


이후 ERP 시스템 구축을 맡을 IT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문제는 IT전문가는 찾기 쉽지만 신탁업을 이해하는 IT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신탁사 ERP는 A업체와 B업체가 개발해 적용한 시스템들이다. 


신탁업계 IT전문가는 "초창기 A업체가 시장을 장악한 이후, 후발업체인 B업체가 점차 진출 범위를 넓혀나가는 상황"이라며 "신탁사의 IT시장 규모가 작고 신탁업을 이해하는 IT전문가가 극소수이기 때문에 쉽사리 다른 업체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교보자산신탁 조직도(교보자산신탁 홈페이지 발췌)

실제로 신탁사의 ERP는 제조업체가 사용하는 ERP와 차이가 크다. 제조업체의 ERP 안에는 재무회계와 인사급여가 들어간다. 신탁사는 여기에 신탁회계와 신탁물건관리, 분양관리 등을 추가한다. 사업 범위가 다양한 대형 신탁사의 경우 추가하는 항목이 더 늘어난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담보신탁은 업무 과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ERP 필요성이 낮다"며 "반면 토지신탁의 경우 부동산 개발과 공정과 관련한 데이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신탁사 업무범위 복잡해져, ERP 구축 비용도 증가


교보자산신탁의 ERP 구축 과정은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신탁사의 ERP 구축 경험이 풍부한 A와 B업체가 아닌 C업체를 선정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많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교보자산신탁이 B업체와 접촉했지만 베테랑 개발자들이 대거 빠졌다는 점을 문제 삼아 결국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신탁업 경험이 부족했던 C업체는 ERP 구축 과정에서 상당히 고전했다는 후문이다. PM 담당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업무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교보자산신탁의 직원들이 새로운 ERP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해 현업과 IT부서간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결국 지난해 7월 삼성생명이 보유 지분 50%를 매각하고 경영에 손을 떼고 교보생명 경영체제가 들어선 뒤,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진다. ERP 시스템 구축을 백지화시키고 일부 간부급 인력에게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ERP 구축에 투입한 50억원이 너무 과대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나왔다고 한다.


업계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우선 ERP 구축을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판단하고 이를 중단시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도 금융계열사에 ERP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실패를 맛봤지만 이를 중단시키지 않고 꾸준히 진행한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실패했다고 관련 인력을 내쫓을 것이 아니라 이들의 경험을 발판삼아 다시 ERP 구축을 시도해야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자산신탁이 투입한 50억원이 과대한 규모였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신탁사의 ERP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대 10억원을 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대 의견도 있다.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담보신탁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소형 신탁사라면 10억원이면 충분하겠지만 대형 신탁사는 얘기가 다르다"며 "최근 대형 신탁사는 인력 20여명을 투입해 1년간 ERP 구축에 매달하면서 40억원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교보자산신탁의 ERP 구축 실패를 계기로 신탁사들이 IT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탁사의 매출이 2000억원을 넘고 인력은 200명 이상으로 늘리면서도 IT인력은 고작 2~3명으로 고정하는 등 IT투자에 인색했다는 비판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탁사들이 IT 인력을 PC 유지보수 수준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라며 "회사 규모와 업무 범위도 커지고 데이터양이 많아지면서 ICT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팍스넷뉴스는 교보자산신탁에 ERP 시스템 구축 실패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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