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공모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도입 15년 만에 누적 100개사를 돌파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시장에서는 마냥 즐거워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이 과열된 시장을 조절하기 위해 특례상장 기업에 대해 까다롭게 심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강화된 심사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흘러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국내 기술특례상장 기업 수는 누적 기준 100개사를 돌파했다. 2005년 도입 후 15년 만에 얻은 성과다. 이후 피플바이오, 미코바이오메드, 바이브컴퍼니, 센코 등 4개사가 추가 상장하면서 올해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17개사로 불어났다.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올해 30개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래소의 예상대로라면 제도 도입 이후 사상 최대 상장 기록을 달성하는 것이다.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해 22개사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평가 특례와 성장성 추천 등 두 종류로 나눠진다. 전문 평가기관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평가 등급을 받을 경우 자기자본과 시가총액 요건만 만족하면 상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성장성이나 기술이 있는 기업에 상장 문턱을 낮추는 통로가 됐다.

문제는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면서 발생했다. 특례상장 기업은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미래 추정실적을 활용한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추정실적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며 몸값을 높인 것이 고평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가치와 달리 고평가되면서 상장 초기 높은 시초가를 형성한 후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상장한 특례상장 기업 중 상장 1개월을 넘긴 기업(30일 기준)은 총 12개사다. 이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의 평균 증감율은 30.9%였다. 지난달 22일 상장한 박셀바이오(-10%)를 제외한 11개사가 공모가보다 높은 시초가를 형성했다. 하지만 상장 1개월 뒤 7개 기업이 시초가 보다 하락한 종가를 기록했다. 평균 하락율은 2.3%다. 서남이 56.4% 내리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고 젠큐릭스(-36.5%), 압타머사이언스(-25.8%)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특례상장기업의 과도한 몸값 산정과 주가급락으로 시장에서 투자자 보호 요구가 높아지자 금감원이 보다 엄격한 심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특례상장 기업의 증권신고서 심사에는 더욱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일반 기업보다 상세한 설명을 요구해 증권신고서 정정이 유독 많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신고서 정정과 공모 일정을 변경하는 기업도 많았다. 올해 상장한 특례상장 기업 16개사(스팩합병 제외) 중 9개 기업이 정정신고서를 통해 공모 일정을 변경했다.

특례상장에 대한 까다로운 심사 기준 적용이 일시적이 아닌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활황에 따른 일시적인 심사 기조라면 괜찮지만 이런 강화된 심사 기조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져있다"며 "상장 기업이나 주관사 입장에서는 일정 지연이나 밸류 산정 과정에서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등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주가 과열되면서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증권신고서 심사 기조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