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MAC, '기울어진 운동장' 안된다
적격성 조사업체 선정, 공정성 중요···내부 추천보다 공개입찰이 바람직

[팍스넷뉴스 박지윤 기자] 토목 공사를 진행할 때 가장 먼저 시작하는 작업이 있다. 시설물을 조성하기 이전에 움푹 패이거나 볼록 튀어 나와있는 토지의 지반을 측량해서 경사가 생기지 않도록 평평하게 다지는 부지 절토와 성토 단계를 거쳐야 한다. 


국내 재정투자사업, 민관협력투자개발(PPP)사업 등 공공투자사업을 추진할 때 KDI(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역할도 이와 비슷하다. KDI PIMAC은 민간 사업자 제안한 PPP사업에 대한 타당성과 적격성 조사를 거쳐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담당한다. 


최근 동부간선 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의 최초 제안자 특혜 부여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 사업의 민자 적격성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KDI PIMAC에서 선정한 용역업체가 최초 제안사업의 설계를 담당한 설계사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PIMAC이 PPP사업의 공사비 검토 등 사업의 적격성 조사를 수행할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허술했다. PIMAC은 내부연구진의 추천을 받아 용역업체 후보안을 작성하고 외부연구진 선정위원회 심의를 받아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여기서 외부연구진 선정위원회 구성원들은 KDI PIMAC 내부 보직자로 이뤄져 있다. 외부연구진 선정위원회에서 용역업체 후보군의 사업 제안자측 참여 등 제척(사건의 당사자 또는 사건의 내용과 특수한 관계를 가진 법관 등을 그 직무의 집행에서 배제하는 것) 대상 여부, 전문성, 과거 조사 수행 실적, 진행 중인 과제 현황 등을 심의한다.


사업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단계에서 PIMAC 내부 직원의 추천을 받아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것 보다는 입찰을 통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절차를 확립시키는 것은 어떨까. 사견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두고 특혜를 부여했다는 의혹이나 논란이 발생할 요소를 원천 차단시키고 PIMAC의 중립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민간 사업의 통과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에 공정성 문제가 거론된다면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PPP 시장의 활성화는 더 어려울 것이다. PPP업계에서도 PIMAC이 민간 사업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평평한 땅을 다져주기를 원하고 있다. 


사업을 수주한 사업자의 명예를 위해, 수주는 실패했지만 패배를 납득하고 다음 사업에 보완점을 반영할 수 있는 사업자의 발전을 위해서도 PIMAC의 경사없는 평평한 경기장이 필요하다. 승리 후 축배를 들고 있는 선수와 비록 졌지만 잘 싸운 선수가 서로 잔을 맞부딪칠 수 있도록 PIMAC이 '공정한 경쟁의 룰'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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