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최근 면세업계가 송객수수료 출혈경쟁을 불사하면서 실적 개선세가 제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수료율이 너무 커져 팔수록 적자를 낼 여지마저 생긴 까닭이다.
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올 상반기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등에게 쥐어 준 알선료는 1060억원으로 면세점 매출(6578억원)의 16.1%에 달한다. 앞서 호텔신라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벌였던 지난해의 경우 분기 별로 매출대비 6.7%에서 8.4% 수준의 알선료를 지급해 왔다. 호텔신라와 함께 메이저 면세사업자로 꼽히는 호텔롯데나 신세계DF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송객수수료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갑자기 치솟은 송객수수료가 수익성에 도움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대확산 전 서울 시내면세점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10% 가량으로 알려져 있는데 수수료율이 배로 뛴 만큼 이익률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입국자들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데다 중국 하이난 면세점이 자국 소비자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는 만큼 서울 시내서 활동하는 다이궁 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현재 시내면세점 매출은 얼마 안 남은 다이궁이 다 올려주는 터라 리베이트를 풀지 않고서는 장사를 할 수 없다"면서 "최근 매출은 최근 일부 회복됐지만 수수료율 부담이 너무 커진 까닭에 수익성 반등에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는 올 3분기와 4분기에 적자를 줄이더라도 그 배경에는 면세사업이 잘 되서가 아니라 임대료 감면 효과일 것이라는 반응도 내비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가 대확산 된 이후 6월부터 매월 임대료를 50%씩 깎아주다 지난 9월부터 여객증감율에 연동해 임대료를 책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천공항 내 면세사업자들은 9월부터 임대료를 거의 안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적으로 여객 항공길이 막히면서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전년대비 90% 이상 줄어든 상황인 까닭이다.
임대료 감면은 면세기업의 적자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최근 분기 실적을 발표한 호텔신라 면세부문의 3분기 영업적자는 142억원으로 전분기(-475억원)보다 크게 개선 됐다. 이는 200억원을 훌쩍 넘는 9월 임대료가 빠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하면 수수료율 급상승으로 인해 시내면세점이 실적 개선에 차지하는 몫은 크지 않았단 얘기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는 바뀐 인천공항 임대료 산정방식 효과가 온전히 드러나는 만큼 송객수수료로 인한 실적 개선의 정도를 보다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수수료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면 면세사업 자체에서는 재미를 못 볼 가능성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가 적자도 불사하고 수수료 경쟁을 벌이는 것은 상품 입고-판매 순환주기를 어떻게든 유지하고자 하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면세점은 물품을 대규모로 사들일수록 규모의 경제를 시현, 구매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때문에 일단 거액의 수수료를 쥐어주고서라도 재고를 털고 새로 대량 사입의 과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면세업계가 최근 다크호스로 떠 오른 하이난 면세점을 견제하려는 것도 송객수수료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하이난 면세점의 구매한도와 구매 품목을 늘리는 등 자국 면세수요 잡기에 나섰다. 하이난 면세점이 자국 수요를 통해 덩치를 불려나가기 전에 국내 면세기업들이 구매경쟁력을 유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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