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 인수후보 열전
현대중공업그룹, 유력 '후보' 부상
인수자금 "No Problem"…시너지 극대화 기대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적격후보(Shortlist)로 선정됐다. 재무적 여력과 사업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경쟁자들 가운데 유력한 인수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손잡은 재무적투자자(FI)가 산업은행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걸 고려하면 인수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당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인수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던 중국법인 소송 부담을 두산그룹이 떠안겠다고 밝히고 재무적투자자(FI) 유치까지 성공하면서 관망하던 입장을 바꿔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해 매각할 계획이다. 인적분할을 통해 두산밥캣을 거느린 투자회사는 두산중공업과 합병시키고 사업회사만 매각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번 매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36.27%(7550만9366주)의 인프라코어 지분만 포함한다.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지분 인수가격을 약 8000억원에서 1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은 유상증자를 배제하고 자체 현금과 자회사 지분 매각,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달 30일 열린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유상증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가 가지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지난 상반기 말 별도기준 2250억원 수준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지주는 안정적인 기업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회사채 발행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달 초 800억원 모집의 회사채(3년물) 수요예측에서 2470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으는 저력을 보였다. 'A-(안정적)'의 등급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추가 자금 마련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최근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 일부 지분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현대중공업 애프터서비스(AS)부문을 물적분할해 출범한 회사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최근 세계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중 하나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서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기업가치를 최대 2조원 내외로 평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현대중공업지주가 얼마나 지분을 매각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30% 수준만 매각해도 5000~6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련된 자금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활용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자체적인 현금 확보 외에 재무적투자자를 유치한 것도 인수 부담을 덜어내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손을 잡은 KDB인베스트먼트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출자금을 받아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본격적인 자금조달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은 사업시너지 측면에서도 가장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인수 후보로 꼽힌다. 인수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동종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국내 건설기계 시장점유율은 50% 전후까지 올라간다. 특히 양사 모두 강점을 가진 중대형 굴삭기 시장만 떼어놓고 보면 점유율은 70% 수준까지 치솟는다. 사실상 국내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셈이다. 


세계시장에서도 단번에 상위권 건설기계 제조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8년 기준 전세계 건설기계 시장점유율 3.7%, 현대건설기계는 1.5%를 각각 가져갔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양사를 모두 품에 안으면 현재 세계 5위권 기업인 스웨덴의 볼보건설기계(시장점유율 5.2%)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시너지 측면을 고려할 때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점쳐지고 있다"면서 "양사가 한 그룹 안에 소속되면 규모의 경제뿐만 아니라 공동 딜러망 구축, 공동 소재 구매, 첨단기술 연구개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기업결합심사도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업결합심사는 두 기업의 합병으로 독과점 우려가 있을 경우 경쟁당국들이 이를 살펴보고 승인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이 형성되긴 하나 건설기계산업이 국가 주요 제조업 가운데 하나고 KDB인베스트먼트가 재무적투자자로 손을 더한 건 정책적으로도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하는 것이 향후 사업시너지를 가장 잘 낼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 결합심사도 최근 지연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세계 1~2위 기업의 합병으로 독과점 우려가 크지만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아직 전세계 건설기계 시장점유율이 둘 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한 관계자는 "건설기계산업의 경우 수입제한이 없어 가격결정권이 수요자에게 있고 전세계 선두권 업체에 비해 양사(현대건설기계, 두산인프라코어)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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